환율이 1달러당 1100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얼마 전 150달러까지 치솟을 기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경제상황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율과 유가 변동에 절대적으로 민감한 우리 경제는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과 유가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다수 우리 기업들은 IMF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환율인상과 일시적 유가하락으로 상대적 수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을 일부 내놓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전체 판매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되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갈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유가가 하락해도 수입 자재가격의 하락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또한 인정할 부분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전반의 흐름과 세계 자동차산업의 급변을 들여다보면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안정적이라고는 절대 단언하기 힘들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불황 한파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성장세를 유지하던 세계 자동차산업이 고유가와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도요타 조차도 매출과 이익감소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의 빅3는 부도위기까지 몰려 있고, 독일차들도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 도요타의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4.7% 감소한 6조2151억엔, 영업이익은 38.9% 감소한 4125억엔으로 지난 2002년 결산 발표를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매출과 이익이 감소세를 나타내 충격을 주고 있다.

GM 또한 거액의 특별손실로 약 60억달러 가량의 부채를 짊어진 기업으로 전락했으며, 신용등급마저 투자적격 이하로 떨어져 부도위기에까지 몰려있다. BMW의 경우도 2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대비 33% 떨어진 5억700만유로(8억달러)에 그쳤다. 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7일 BMW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점은 현대차와 혼다의 약진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GM 16.3%, 포드 14%, 크라이슬러 22.3%, 도요타 6.8% 등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혼다는 오히려 4.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혼다의 판매 증가 원인을 수요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유연성에서 찾고 있다. 실제 미국업체들이 2년 이상 소요되는 생산차종 교체 및 조정이 혼다의 경우 10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혼다는 미국업체들이 공장을 폐쇄하며 고용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본과 북미에 신공장을 세우며 고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 경우에도 경기불황과 고유가로 중소형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혼다와 달리 현대차는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바로 노사협상의 장기화 때문이다. 잇단 파업과 특근 및 잔업거부로 미국시장의 주력 수출차종인 중소형 모델의 물량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지 판매가 지장을 받고 있다. 현대차 중소형 모델의 수출실적을 보면, 아반떼가 6월 1만6132대에서 7월 7195대로, 베르나는 6월 1만4865대에서 7월 9918대로 급격히 감소했다.

고유가와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주요 자동차업체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세계 자동차 업체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소형차 모델의 전략수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대차에게는 미국시장과 서유럽시장의 침체는 큰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가 한마음이 되어 시장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어 더 많을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노노갈등으로 인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더 이상의 파국이 계속된다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성장 기회로 만들기는커녕,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종순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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