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경험에 끌려 …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로 시작
한국어·생활법 가르치다보니 이젠 친구같고 딸같아
울산에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사회복지시설과 지자체 등에서 전통 문화 체험, 울산시티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외국인들의 타지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한국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가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울산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어강사'를 만나보자.
◇나라별 학생마다 특징있어요!
전현숙(여·34·사진)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가 되면 '선생님'이 된다. 그는 나눔과섬김의집 한글교실에서 벌써 1년이 넘게 한국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씨는 터키, 파리, 일본 등을 여행하면서 다문화를 경험하는데 매력을 느껴 한국어강사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마침 친구가 한국어강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처음에 보조교사로 시작해 4개월 정도 지나고 정식으로 반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전씨는 교회에서 아이들과 성경공부할 때 나선 것이 전부일 정도로 가르친 경험이 거의 없다.
그는 "처음에는 그 수업 준비에 하루 종일 매달린 적도 있는데 1년 넘게 하다 보니까 조금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금까지 베트남, 필리핀, 미국,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왔는데 이제는 각 나라별 학생들의 특징까지 꿰뚫고 있다. 스리랑카나 필리핀 학생들은 워낙 성격이 밝아서 친구처럼 다가가고 놀이처럼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베트남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을 아주 귀하게 생각해서 수업시간에 누구보다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것 등이다.
한국어강사로 활동하면서 전씨는 베트남 학생들과 함께 한 식사를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학생들이 돈을 모아 저녁을 대접한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그들이 나를 생각해 한식으로 메뉴를 정했을 때 감동이 더했다"고 말했다.
◇시끌벅적 수업시간 항상 기다려요!
2007년 5월15일 스승의날은 이해정(여·45)씨에게는 남다르다. 이씨가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글을 가르친 첫 날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학생들을 처음 봤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타지에 와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수업을 진행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이씨는 한국어, 학생들은 베트남어밖에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아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씨는 학생들 중 한국말을 잘 하는 몇몇 학생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를 극복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 초급반을 맡고 있는데 학생들이 주부다 보니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다. 수업시간 중이라도 우는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왔다갔다하는 건 기본이고 출석률은 날씨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이씨는 "수업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학생들과 아이들 소리에 내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시끌벅적 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번은 이씨가 책걸이 문화가 없는 베트남 학생들을 위해 간단함 음식을 마련해 함께 책걸이를 한 적이 있다. 또 올해 스승의날에는 베트남 학생들이 케이크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씨는 "학생들이 복지관 내 사회복지사에게 스승의날이라는 말을 듣고 음식을 준비해 작은 파티를 열어주었다"며 "별로 잘 해 준 것도 없는데 스승의날까지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학생보다 딸로 여길때 더 많아요!
울산시여성회관에서 한국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손난욱(여·43)씨. 그는 지난해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한국어교육지도사 양성교육을 받았다. 필수적으로 3개월 자원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말에 여성회관에서 한국어강사로 활동했는데 그 것이 1년동안 이어졌다.
손씨는 울산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교육지도에서의 활동 경험을 살려 강의 커리큘럼을 직접 짠다.
그는 "학생들 수준에 맞게 뭐든지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며 "교재에 따라 단어나 그림 등을 보조자료로 활용해 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손씨에게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생활하는 법도 배운다. 손씨는 그의 반 학생들이 참가하는 각종 행사에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꼭 참여한다. '선생님'과 '어머니'라는 두 가지 모습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손씨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한국생활에 속상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 남편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될 수 있으면 그러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조언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한국어강사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활동을 함께 하다보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반 아이들 보면 쉽게 그만 둘 수도 없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