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물선이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가다 인도양에서 스페인과 미국 해군에 의해 나포된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냉각된 북미관계를 더욱 급격히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을 비난해왔으나 지금까지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선적 화물선이 현장에서 나포된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스페인 해군이 나포하고 미국 무기 전문가들이 조사한 북한 화물선에서 스커드 미사일이 발견됨으로써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현장에서 적발한 모양이 됐고 이 사건은 앞으로 북미관계 진전을 어렵게 하는 또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10월초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이후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을 중단하는 등 인도주의적 식량지원을 제외한 모든 지원을 중단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 북미관계 진전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세계에서 탄도미사일을 가장 많이 판매한 국가"라고 비난한 바 있으며 주민들은 굶기면서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돈을 쓰는 국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북한은 미사일을 판매하면서 외화를 어느 정도 벌어왔으며 미국의 첩보위성 등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중동 등지에 미사일을 수출할 때 미사일을 분해해 몸통과 엔진 등의 부품을 따로 떼어 운반해왔다. 이번에 나포된 선박도 미사일 부품들을 수송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이란과 스커드 미사일 등을 거래해온 혐의로 미국 내에서 금융거래 제한조치를 당하기도 했으나 현재 북미간의 거래가 미미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미국이 이번 사건으로 취할 수 있는 경제적인 제재조치는 제한적인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사일 수출을 포기하는 대가로 3년 동안 매년 10억달러를 달라고 요구하는 등 미사일 수출 자체는 비밀로 삼지 않았다.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에 가입하지 않은 북한이 미사일 수출이나 기술이전은 국제법에 저촉된다고는 볼 수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7월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위성발사 자금지원을 해주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미국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3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수출할 경우 선박의 항행을 막거나 격침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북한 선박 나포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실력행사를 한 사건이다. 스페인해군이 나포했지만 미국은 이 화물선이 북한을 떠날 때부터 위성으로 감시해오다 스페인측에 나포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미국이 현재 대테러 전쟁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으로 북한의 미사일수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일단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물리적인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알 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이나 이란, 이라크 같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이 북한 화물선의 행선지를 조사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제2 테러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이번에 나포된 화물선이 이라크와 같은 국가나 알 카에다 같은 조직으로 미사일을 수출하러 가는 길이었다면 미국의 북한 제재는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한층 적극적인 것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