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지난 2002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을 비롯해 2005년 전국체육대회, 2006년 국민생활체육대축전, 2007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훌륭히 치러내면서 울산시민들의 성숙된 시민의식 또한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화합체전, 인정체전'을 표방하며 개최된 제86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2400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다양한 볼거리·먹을거리와 함께 선진 시민의식을 보여줌으로써 역대 최고의 성공체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화합·인정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체전기간 내내 안내는 물론 환경미화, 교통질서, 급수봉사, 미아보호 등에 투입돼 성공체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전 시민이 하나된 선진 시민의식으로 울산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줌으로써 울산이 '화합의 도시, 문화의 도시, 인정이 넘치는 도시'라는 점을 국내외에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전국체전을 완벽하게 치른 지 3년여가 지난 지금, 그 때 보여줬던 울산시민들의 시민의식이 점차 실종되고 있는 듯 해 씁쓸함마저 든다.

110만 울산시민들의 휴식 및 생활체육 공간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시내 공원과 체육·문화시설들이 일부 몰지각한 이용객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시설관리공단은 시민생활 편의를 위해 울산대공원·종합운동장·문수축구경기장의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고 있으며, 쾌적한 화장실 환경을 위해 내부에는 그림·자동센서·방향제 등을 설치, 시민들을 맞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무더위를 피해 공원 및 체육시설의 이용객이 많이 늘면서 화장지와 비누, 방향제, 수도꼭지까지 떼어가는 도난사고가 빈번한데다 시설물 벽면에는 낯 뜨거운 낙서들이 즐비해 관리자들이 시설물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비양심적인 시민들이 벌이는 형태는 가지가지이다.

식재된 꽃을 뽑아가는가 하면, 사진촬영을 위해 화단에 들어가 초화류를 마구 짓밟아 곳곳이 훼손되기도 한다.

특히, 주말과 휴일이 지나면 공원과 체육시설은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넘쳐난다. 분리수거함이 곳곳에 설치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구잡이식으로 버려져 직원들이 일일이 다시 재분류 하는 수고를 하고 있으며, 얌체시민들은 가정용 생활쓰레기와 폐가전제품까지 무단투기하는 등 시민의식 실종 현장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또한 2008년 1월부터 동물보호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동물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을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됨에도 불구하고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배설물을 아무 곳에서나 버리고 사라지는 이기적인 모습도 종종 볼 수가 있어 대다수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처럼 시민의식이 실종되고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데 대해 다양한 원인을 지적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서구처럼 근대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건전한 시민사회가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는 "시민의식은 핵심적인 사회자본"이라며 "특히 신뢰성은 그나라 경제 성장과도 직결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깨끗하게 잘 관리된 시설이라도 한 번 더럽혀지거나 훼손이 되면 시설물 노후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복구비용이 많이 투입되고 그 비용 역시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공공시설물은 우리 시민들이 누구나 사용의 제한 없이 이용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니 만큼 시민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것처럼 보호하고 아끼는 성숙된 울산시민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차용 울산시시설관리공단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