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선거는 IT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이 "공정선거와 언론의 자유"라는 명제를 검증 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초고속통신망(ADSL)을 이용하는 가입자가 천만을 넘어선 현재, 각 정당에서는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이용한 지지자 확보 활동과 더불어 게시판과 동영상 등을 이용한 중상과 비방도 무수히 행해지고 있다. 혼탁함을 차츰 더해 가는 이번 선거전에서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선거홍보는 종반에 부동층이 증가하는 이상현상에서 유권자의 투표 행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사태를 우려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사이버전담팀을 구성, 사이버공간에서의 후보자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사이버공간을 통한 선거전을 감시하고 있다. 지방선관위를 포함하여 전국에 약 764명이 전담팀을 구성, 하루에 6만~7만건을 체크하고 있다고 한다.
"○후보는 미국에 아첨하는 기생충" "×후보와 같은 적색분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등의 문구만이 아니라, 후보자를 모욕하는 동영상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삭제시기를 놓치면 다른 사이트로 전해져 순식간에 퍼져 버리기 때문에 그 폐해를 예측할 수 없다. 시간과의 싸움인 셈이다.
전담팀은 이번 달 2일까지 악질적인 사안 1건을 고발, 26건은 검찰당국에 수사를 의뢰하였고 7천752건을 삭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각 진영은 사이버 논객을 통하여 많던 적던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시도하고 있으니, 모든 사이트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각 진영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사이버홍보를 유권자 확보의 커다란 축으로 삼고 있는데, 그 중에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이다. 노후보를 지난 국민경선에서 승리하게 한 원동력이 "노사모"의 인터넷을 활용한 지원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후보 진영은 올 봄의 경선을 통해 이미 80만 휴대전화번호와 70만의 일반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도 20만을 넘게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도 홈페이지와 휴대폰을 통한 "e회창"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지지층은 중년층 이상이 중심이지만, 접전이 예상되는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적은 젊은이들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선거전략상 빼놓을 수 없는 홍보전략인 셈이다.
선관위는 후보자공시 직전, 사(私)조직의 사이버공간을 통한 특정후보의 지지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노사모"와 "창사랑"의 해산을 명령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이버활동에 대한 감시에는 한계가 있어, 인터넷을 통한 중상모략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사망사건을 둘러싼 촛불시위는 한 신문사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것이 발단이 되었다. 마침내 7일에는 광화문 네거리에 무려 2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현정부와 미국의 잘못된 현실인식을 깨우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여중생사망과 관련하여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부시대통령에게 대규모의 사이버공격을 행한 것도 역시 미국의 사과를 받아내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보여진다.
2000년도의 총선에서의 낙선운동도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홍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렇듯 사이버공간을 통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행위는 저(低)비용이라는 잇점으로 인해 돈이 판을 치는 선거풍토를 비난하던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나친 비방과 중상에 대한 통제와 처벌은 당연하나, 기본적으로는 자유로운 활동과 자율규제를 통하여 정치활성화에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이버공간을 통한 지나친 비방과 중상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