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만나는 각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꼭 빠지지 않는 하소연이 있다.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업무 배정을 할 때면 선생님들 중에는 은근히 담임 업무를 피하려 하는 교사들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경험 없는 신규교사를 담임으로 배정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교사들이 1년 동안 담임을 하면서 겪는 고충은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생활지도 때문이라고 한다.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는 그 순간부터 담임이 하는 일은 수없이 많다. 물론 가출을 하거나 학생들의 일방적인 얘기 때문에 오해를 한 학부모의 항의전화를 받아 해결하는 일도 담임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그러다 수업종이 치면 부랴부랴 교실로 들어가야 한다. 기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 가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위해 아무리 노력 한다 해도 결코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로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 학력 신장은 바른인성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이뤄져야만 교사, 학부모, 학생이 원하는 만큼의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우리 아이들은 서로 더불어 사는 법에 익숙하지 않은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끼리 관심을 가지고 서로 조화롭게 양보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먼저 익혔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 교사들은 더 멋지고 좋은 수업을 위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을테고, 아이들은 좋은 수업 태도와 긍정적 사고로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여 지금 보단 훨씬 효과적으로 학습에 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더욱 효과적인 학력신장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모두 힘을 모아 우리 학생들이 바른 인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들어 각 학교마다 인성교육을 위해 우리 학생들이 꾸준히 지키고 실천할 수 있는 규범들을 한 두 가지씩 정해 그것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내용들이지만, 우리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설 때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당당하게 사회에 두 발을 내디디게 하기 위함이다.

생각은 곧 말과 행동으로 표현된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받은 아이들은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이 저절로 스며들어 힘든 경우라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활화되다 보면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성취감 또한 높아진다. 그 결과 더불어 사는 사회(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훨씬 감소됨으로써 타인과의 충돌에서 오는 상실감들이 많이 줄어들게 돼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학업에 전념하는 학교생활과 원만한 교우관계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벌써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돼 간다. 해마다 새 학기가 돼 처음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우리 교사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아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처럼 콘셉을 정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호랑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 지도를 엄하게 해서 조용하고 질서 있는 교실이 되게 할까? 아니면 좀 소란스러워도 친구 같은 선생님이 돼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고민도 털어놓고 같이 공감대도 형성하면서 지낼까? 교사들은 1년 동안 학급을 이끌어가면서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상, 벌, 칭찬, 꾸중의 조화로움이다. 물론 벌이 가장 쉽고 빠른 효과를 보인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이 방법이 결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님을 잘 안다. 때론 손목을 조금 휘둘렀을 뿐인데도 채찍은 너무 크게 휘둘러져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깊이 새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친구같은 선생님이 돼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아이들의 작은 얘기, 부끄러운 얘기, 비밀스런 얘기를 모두 들어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어 한다.

이성룡 울산 강북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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