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7일 남겨놓고 북한이 12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핵시설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천명하고 나섬에 따라 메가톤급 "북풍"이 대선정국을 강타할 조짐이다.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실은 북 화물선의 공해상 나포 사태가 예멘 정부의 항의로 미군이 화물선 억류를 해제하면서 올 대선에서의 "북풍"은 가라앉는 듯 했으나 북측이 핵시설 가동이라는 "벼랑끝 전술"로 나서면서 한반도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바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이같은 입장표명에 초강경 대응으로 맞설 경우 한반도 주변 정세는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대선 종반 안보논쟁이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북풍은 97년 대선 직전에 터진 "오익제 전 천도교령 편지사건" 등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한반도 위기와 직접적 관련을 갖는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각 당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북 강경론을 주장해온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평결을 계기로 한 반미 기류는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핵시설 가동 재개의 명분으로 "미국의 중유제공 중단에 따른 전력충당"이라는 생존권 문제를 내걸고 나섬에 따라 최근의 반미 기류와 맞물려 대북정책 기조 등에 관한 논쟁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히 북한의 핵시설 가동 및 건설 재개 의사표명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같은 방침의 즉각 철회와 핵동결 의무 준수를 촉구했으나 양당의 기본시각과 대응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는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보수층 결집 효과를 낳고 안보강화론을 주장해온 한나라당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일단 선거전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 관계자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면서 "한반도 안보문제가 부각되면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보의 한 측근은 "현재 대선이 막바지에 있는 만큼 북한문제가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리 없다"면서 "미국에 대한 벼랑끝 전술이라고 볼수도 있겠으나 현재 남한에 확산돼 있는 반미감정을 부추겨 이번 대선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작용을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현 선거국면에서 그다지 유리하지는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경우 국민들이 무작정 대북 강경론으로 휩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속에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사태 보도 직후 신속하게 북측에 대해 핵가동 방침 즉각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대북 화해협력의 골간은 "안보"라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의 한 측근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평화 무드는 국민일반에 깊숙이 파고 들어가 있다"면서 "위기가 고조되면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당은 모두 이번 북한의 입장 표명이 워낙 메가톤급인데다 한반도 정세와 맞물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게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 "부산 초원복집 사건" 처럼 순풍으로만 알았던 막판 변수가 역풍으로 작용한 전례가 있었던 것도 양당 관계자들의 입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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