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여를 끌며 벼랑 끝까지 치달았던 현대자동차 임금협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회사이자 초일류기업인 현대자동차(주)가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자부심과 긍지였지만 임단협에 임하는 노사 양측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에는 해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올해 역시 갖은 우여곡절과 지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서로의 손을 맞잡으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준 노사 양측에게는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올해 임단협 과정을 지켜보면서 구청장으로서 발견한 희망이란 현대자동차 노사의 태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노조 설립 후 20여년동안 단 2번의 무분규 타협을 했던 노사이긴 했지만, 분명 올해의 협상에서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파국을 원하지 않고 안정과 지속적 발전을 원하는 노사 양측의 간절한 노력이었다. 이제 노사문제가 노사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현대자동차 노사 역시 깨닫고 있다고 느낀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노사문제가 노사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고객과 지역주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라는 인식이 지역사회에 퍼져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문제는 고객과 지역주민을 '제3자'로 밀어낼 것이 아니라 '제3의 당사자'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노사 양측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가족은 물론 지역주민과 자영업자, 부품업체 모두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게 된다.

이번 임단협 또한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지긴 했지만, 결코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노사가 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실마리를 풀겠다는 의지를 끝까지 놓지않은 결과라고 판단하고 싶다.

올해 임단협 협상을 통해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고 화합의 노사관계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놓은 현대자동차 노사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노사문제를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 서서 고객의 시각으로 풀어달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개방시대를 이겨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수십년간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제한돼 국산 자동차를 몇 개월씩 기다리면서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시장이 개방되면 쏟아져 들어오는 세계적 메이커의 자동차 물량공세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애국심에만 호소할 수 없다. 세계 신흥시장의 고객 확보도 중요하지만, 수십년 단골고객이자 지역주민의 호감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한 해만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의 12배를 이루어낸 일본 도요타의 경우, 노사분규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가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해 결국 회사와 노조, 고객과 지역사회가 모두가 '윈윈'하고 있다.

노사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무분규 타결을 하면 이에 대해 고객도 분명 '화답'을 보낼 것이다. 영업이익에 대한 일부 성과배분으로 근로자가 만족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단골고객인 지역주민은 내 지역의 세계적 자동차 회사에 대해 더 큰 '충성도'로 보답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고객의 시각으로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제 고객에게 상생하고 윈윈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사회도 상생과 윈윈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더욱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강석구 울산시 북구청장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