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고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에 "깊은 애도와 유감"을 표시했다. 정부측 해석처럼 부시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는 점에서 미국측 태도의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부시의 사과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미국측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를 표시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냉담한 쪽에서는 그의 사과가 시기적으로 늦었고 형식면에서 한국민에 대한 직접 사과로 볼 수 없으며 더구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에 대한 성의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상대방의 사과를 도량있게 수용하는 것도 미덕이지만 이번 부시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 들이는데는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의 사과는 지난 번 오키나와 일본 여학생 강간사건 발생시 클린턴 당시 미국대통령의 사과 형식과 명백한 대조를 보이고 있는데 왜 부시 대통령이 우리 여중생 사망사건에 있어 즉각적이고 직접적이고 진실된 사과표시에 인색함을 보이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정작 부시의 사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로써 SOFA개정 가능성이 실제로 높아지고 있는지 여부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군 수뇌부로 하여금 한국측과 긴밀히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부시 발언 내용 중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SOFA 개정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확신시켜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현재 반미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SOFA개정 시위대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것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반미감정의 원인, 즉 한미관계의 불평등 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SOFA 개정 요구 시위에 나서는 시민들도 당연히 과격시위가 모두의 불행이 됨을 명심하고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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