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헌 박계숙의 기행문학인 〈부북일기〉에 나오는 시조가 현재까지 울산에서 발견된 최초의 시조작품인 점을 인정하여 그의 시조비 건립이 추진된다.

 반오헌문학비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4일 울산시 남구 달동 한 음식점에서 가진 첫 회의에서 반오헌 박계숙의 문학비를 세우려고 했던(본보 12월13일자 9면 보도) 계획을 수정, 문학비가 아닌 시조비를 건립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는 울산 출신의 선현들이 문집을 통해 뛰어난 문필을 남겼는데 그들과 견주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검증할 수 없는 반오헌의 작품만 문학비를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날 추진위원회는 문학비건립추진위원회 심칠성 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설명했고 이어 울산시조시인협회장이자 반오헌의 작품을 발굴, 울산문학에 실었던 오민필씨가 그의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뒤 위원들이 자유토론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오민필씨는 "박계숙의 작품 〈부북일기〉는 임진왜란을 치른 이후 병조령으로 함북 회령의 임지에 갔다가 울산으로 귀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그 가운데 실린 6편의 시조는 사실성이 뛰어날 뿐아니라 충정으로 충만한 질박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영남 시조의 효시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문학비 건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박종해씨(시인·대구 동부여교 교장 )는 "울산의 선현들의 문집을 살펴보면 뛰어난 한시가 많다"며 "반오헌의 작품이 문학적인 가치로 따져 상대적으로 뛰어난 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우나 시조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시조비를 세우는 것은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는 사비를 들인 사적인 공간에 세우는 비석이 아니라 공공장소에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세우는 문학비라면 문학 전반에 걸친 검증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 각 문중마다 갖고 있는 선조들의 문집을 찾아보면 뛰어나 한시가 많은데 반오헌만 문학비를 세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양명학 울산대교수는 "현재까지 울산에서 발견된 최초의 시조라는 점을 높이 인정해 비를 세우는 것은 타당하나 문학비 보다는 시조비가 적절하겠다"며 "시조비의 건립장소는 울산대공원 보다 문예회관 뒤 문화공원이 더 적절하며 형평성을 고려하여 울산시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병직 전 울산교육장은 "추진위원들의 이름을 줄줄이 비석에 새겨넣는 것은 볼썽사납다"며 "주최 측의 단체이름만 간략하게 넣자"고 덧붙였다.

 반오헌의 시조 가운데 가장 빠른 1605년 11월24일 지어진 시조 한수는 다음과 같다.

 行路難 行路難 "라보니 "이업다

 二千里 거의 오니 " 앞" 千里나

 忠心 l 己 許國하니 먼줄 몰나 가노라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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