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추모와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규탄하는 열기가 뜨겁다. 대중들이 현실을 자각하고 깨어난다는 것은 매우 장엄하고도 가슴 뭉클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많은 문제 중의 하나가 우리의 음주문화에 대한 자각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음주문제와 관련한 보도들이 매스컴에서 줄을 잇고 있다. 새벽에 길바닥에 주저앉아 부둥켜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TV 뉴스에 나오는가 하면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을 매일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여중생 사망과 같은 분통터질 일이 많아서인지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갈수록 술을 더 마시고 있다. 18세 이상 성인에서 음주경험자 비율은 1997년 74.5%에서 2000년 87.6%로 늘어났는데 여기에는 특히 여성들의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성인여성의 음주율이 1997년 54.7%에서 2000년 무려 80.7%로 증가한 것이다.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75.7%가 음주하고 있고 청소년 4명 중 1명이 문제음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성인 한 명이 섭취한 술의 총량은 맥주 119병 소주 79병이며 위스키 수입은 세계 4위,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세계 2위라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우리 나라 성인의 19.5%가 알코올 중독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알코올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01년 23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전 국민의 한 해 의료비가 18조원이라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 손실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 와서 우리 사회의 음주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움직임이 조금씩이나마 확산되고 있고 폭음하는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금년 10월 보건복지부와 음주문화연구센터로부터 지정기관으로 인정받아 지역사회의 음주문제에 대한 홍보, 예방, 교육, 문제음주의 조기발견과 조기개입,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의 지역사회 재활을 목표로 하는 울산 새마음알코올상담센터의 출범도 이러한 인식과 관심의 일환이라 하겠다.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와 대중들의 의식전환이 필수적이다. 차제에 우리사회의 음주문제 해결을 위해 필자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주류판매의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고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 우리 나라와 같이 술을 아무데서나 팔고 어떤 시간이든지 마음 만 먹으면 구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음주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경우 술을 팔기 위해서는 면허를 받아야 하고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술을 팔 수 있다. 둘째는 청소년에게 술을 팔지 않는 울산 시민운동을 제창하고자 한다. 우리의 청소년들의 음주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주류판매의 시간과 장소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라면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라도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술을 팔지 말 것을 호소한다. 당신의 자녀라면 술을 팔겠는가?

 청소년에게 술을 팔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운동 차원의 대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울산 새마음알코올상담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대중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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