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친근한 악기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낮설기만 한 리코더를 부는 어른 김진덕씨(울산시 북구 호계초등학교 교사). 알만한 울산사람들은 김진덕하면 리코드, 리코더하면 김진덕을 당연히 떠올린다. 울산에서 리코더가 단순히 초등학교 음악교재에 머물지 않고 연주회를 할만한 악기로 인식된 것도 순전히 그의 덕이다.

 그는 "리코더 전도사"를 자처한다. 언제 어디를 가든 보물단지처럼 리코더 가방을 끼고 다닌다. 자신이 푹 빠져 있는 리코더만의 향기를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리코더를 아끼고 곳곳에서 작은 연주회를 갖는 르네상스기의 부흥을 다시한번 맞이하는 것이 바람이다.

 리코더는 르네상스시대 교회 성가대 반주로 주로 활용되던 악기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4성을 기본으로 하고 소프라니노와 클라이네 소프라니노, 그레이트베이스와 콘트라베이스가 추가돼 8종류가 있다.

 그에게 있어 리코더는 취미 수준을 넘어서 일종의 신앙이다. 울산교사리코더합주단과 올해 강·남북청소년리코더합주단을 통합한 울산청소년리코더합주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휘에서부터 레퍼토리 선정, 편곡, 악곡지도에 이르기까지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초등음악교육연구회장도 맡고 있다.

 그가 이처럼 리코더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지난 80년. 교육부(당시 문교부)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필수악기로 리코더를 지정한 뒤 교사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첫 연수회에서이다. 리코더의 청아하면서 맑은 소리에 단번에 반했다.

 "소박하면서도 맑고 청아한 그 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첫 인상이 그만큼 강렬하면 쉽게 열정이 식을 수도 있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더 느껴지네요. 투박한 사기그릇이 주는 친근감같은 그런 오묘한 소리의 향기가 리코더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일단 연주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리코더와 관련된 연수란 연수는 다 찾아 다녔다. KBS동요대회에 국악창작동요 〈잠자리〉로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동요작곡을 좋아하고 일가견도 있었지만 리코더와의 만남 이후 모든 것을 접었다. 오로지 리코더에만 몰두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방학때만 되면 춘천에서 열리는 심화과정에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10년 가량 연주기량 향상에 몰두한 뒤 음악연수회를 마친 교사들을 모아 97년 울산교사리코더합주단을 창단했다. 지원이 신통치않아 사비를 털어 넣기도 하면서 함께 연주하고 가르쳤다. 아이들을 가르칠 목적으로 잠시 머물다 떠나는 교사들도 있지만 항상 40여명은 유지된다. 울산교사리코더합주단 외에도 청소년리코더합주단을 운영하고 울산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리코더교실에서도 주1회 강의하고 방학때는 교사 연주 연수회인 부산·경남·울산리코더페스티벌에도 강의를 나간다. 수백개의 리코더 동호회가 활동하는 일본이 너무 부러워 음악학원 강사들을 대상으로 리코더교실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연주를 부탁하면 언제든지 응한다. 사람들이 리코더 연주를 들어야만 그 소리에 빠져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기·특별연주회 외에 중구문화원 토요 열린음악회, 울산시립합창단 협연 무대도 갖기도 했다.

 혼자 있을 때는 컴퓨터 음악 반주에 맞춰 연주를 하고 인터넷을 뒤져 세계 각국 리코더 앙상블의 음악파일을 듣는다. CD 수집도 열심이다. 등산을 할 때도 리코더는 빠지지 않는다. 정상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있든 없든 한두곡씩 연주하곤 한다.

 "리코더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체계로 이뤄진 합창에 적합한 악기로 가족음악회도 가능하고 많은 호흡량이 필요치 않아 70~80대가 돼도 연주가 가능해요. 소박한 소리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잘 어울리죠."

 그는 리코더에 대한 열정으로 지난해 제2건국위원회의 신지식인상과 한국아동음악상운영위원회의 창작부문 한국아동음악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그는 정년퇴직하면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용두산공원 같은 곳에서 거리연주회를 열어 우리나라의 리코더 수준을 자랑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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