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온산 국가산업단지의 환경오염 - (상) 악취와 대기오염

 

석유화학공단·온산공단 일부 업체 오염 악취물 몰래 배출
SO2 오염도 오히려 상승·미세먼지도 기준치 훨씬 넘어서
기업 연료 중 황 성분 감축…환경감시·정책 재점검도 필요

울산시청 5층에 자리잡고 있는 환경관리과 사무실 벽면에는 전광판이 24시간 쉴새없이 가동되고 있다. 울산·미포국가공단과 온산국가공단 내 대기 배출업소의 오염물질 배출현황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는 환경감시 시스템(TMS: Telemetering System)이다. 각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감시하기 위한 굴뚝 자동측정망 관제센터가 설치된 뒤 굴뚝에 부착된 측정기기를 전용회선으로 연결해 대기 오염물질 배출상태를 상시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각 사업장 내 배출구(연돌)의 오염농도 및 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항상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고, 인근 지역의 오염상태까지 정확히 측정· 분석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울산의 대기질이 상당수 시민들이 느낄만큼 개선된 것도 굴뚝 자동측정망 관제센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실시간 대기정보시스템도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울산 전역에 흩어진 공식 측정소 14개 지점에서 보내오는 AQI(Air Quality Index)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AQI는 하루동안 대기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수로서, 대기의 상태 정보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대기 정보를 제공한다. PM10(미세먼지), O쐞(오존), CO(일산화탄소), SO쐝(아황산가스), NO쐝(이산화질소) 등 대표적인 5가지 오염물질에 대한 대기상태 지수를 알 수 있으며, 짧은 시간 또는 하루동안 오염된 대기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정도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좋음'에서 '위험'까지 6단계로 나뉘지만, 수시로 지수가 생성되지 않는 데이터 수신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시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감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매년 대기 환경지수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다. 특히 온산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오염물질 배출업체가 많아 환경오염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환경오염 사범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환경보호협의회 주관으로 울산에서 열린 '악취 저감을 위한 워크숍'에서 눈길을 끄는 내용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건수가 지난 2005년 65건(97명)이던 것이 2007년에는 38건(101명)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형사 입건된 인원은 엇비슷하지만 건수가 크게 줄어든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환경시설 등에 투자를 늘린데다 울산시와 구·군 등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단속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대기 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가 상당수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처럼 울산의 대기환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환경 지수와 같은지는 섣불리 단정하기 힘든 실정이다.

울산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전국 7대 도시 대기오염도 평가에서 울산이 4위에 올라 있다. 5가지 오염물질 중 SO쐝는인천과 함께 공동 6위, 미세먼지는 광주 다음으로 4위, O2와 NO2, CO는 각각 3위로 나타났다.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배출원을 가진 상태에서 그리 나쁜 편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SO쐝(기준치 0.02ppm)는 지난 2003년 0.011ppm에서 2006년 0.007ppm까지 낮아졌다가 2007년에는 0.008ppm, 올 7월말에는 0.009ppm으로 역전됐다. 기준치에 미달한다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도 오염도가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기준치 50㎍/㎥)는 지난 2002년 53㎍/㎥에서 2003년 40㎍/㎥으로 줄었다가 2004년 이후 매년 높아져 2007년 53㎍/㎥, 올 7월말에는 59㎍/㎥로 2004년 이후 기준치를 훨씬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연료 중 황(S)의 성분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6년 울산지역 지점별 오염도 측정결과를 보면 석유화학단지를 포함한 온산 국가산업단지의 SO쐝와 PM10 오염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SO쐝의 경우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남구 부곡동은 1월과 12월 0.009ppm으로 가장 낮았으나 5월에는 0.018ppm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0.013ppm으로 나타났고, 인접지역인 여천동도 5월에 최고치 0.019ppm를 비롯해 연평균 0.012ppm으로 측정됐다. 온산 국가산업단지와 가장 가까운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의 경우 10월, 11월에 각각 0.011ppm이었고 5월 0.031ppm, 6월 0.027ppm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0.018ppm으로 크게 높았다. 화산리의 연평균 오염도는 울산 전체 평균치 0.007ppm의 2.5배가 넘을 뿐 아니라 도로변 대기 측정망이 있는 남구 신정동 0.006ppm의 3배에 이른다.

미세먼지 오염도도 온산 국가산업단지 인접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고루 높았다. 미세먼지는 중금속 성분을 포함한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환경감시와 정책을 세심히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는 남구 부곡동과 여천동, 북구 효문동과 농소동,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와 청량면 상남리 등 공단주변지역에서 오염도가 높았다. 4월의 경우 부곡동과 화산리가 각각 104㎍/㎥, 농소동 103㎍/㎥, 상남리가 100㎍/㎥를 기록해 황사 등의 계절적 특수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지점의 연간 평균치를 보면 부곡동과 야음동 56㎍/㎥, 효문동 60㎍/㎥, 화산리 64㎍/㎥, 상남리 59㎍/㎥으로 측정지점별 연평균 52㎍/㎥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이처럼 높은 것은 대부분의 기업체가 법으로 정해진 TSP(총부유분진)만 관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자체 정보가 없는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오존(O2), 이산화질소(NO2) 등도 천연가스버스 보급 등의 영향으로 낮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지점별 측정치를 보면 기업체와 행정기관의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이병규 교수는 "대기정책에 있어 미세먼지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며 "기업체는 PM10에 대한 인식전환과 더불어 이에 대한 정보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악취의 주요 진원지로 손꼽히는 온산공단과 미포공단을 전국 최초로 악취관리 지역으로 지정해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 내 일부 업체가 그물망 같은 감시 속에서도 악취를 몰래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온산지역 주민들은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잦아드는 시간에 출처 모를 심한 악취로 두통을 호소하거나 작업에 지장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악취 배출업소 등을 대상으로 점검과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방지시설 정상운영 여부와 생산공정 중 악취물질 누출여부에 대한 단속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도시경쟁력을 죄우하는 요인 중 대기오염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도시라는 말을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공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생각을 떨쳐버릴수 있을 때 시민들의 삶의 질이 그만큼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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