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알찬 학교교육으로

 

아침저녁으로 벌써 싸늘함을 느끼게 되었으니 미련 없이 떠나고 초대하지 않아도 철따라 찾아오는 계절의 섭리 앞에 거짓이 판치는 인간사회가 한 수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S 교장선생님! 우선 교장으로 승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조그만 농촌학교 교장으로 승진해 가면서 그 곳에서 펼쳐 볼 해맑은 꿈을 그린 글을 읽고 오랜만에 맡고 싶었던 교육 냄새였기에 더욱 감격했습니다.

교장선생님! 60년대 초 교육여건과 교원들의 대우가 형편없었던 시절 경남교위에서 학년 초 인사 때마다 벽지 낙도 학교에 발령 받은 교사들이 60~70명씩 부임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당시 벽지교육 진흥법도 없었고 특혜를 주는 인사방침도 정비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문제를 일으켰던 교사들만이 좌천 되는 곳이 바로 벽지 낙도 학교였습니다.

젊은 20대에 필자는 처녀가 자라면서 쌀 서 말을 못 먹고 시집간다던 대마도와 제일 가까운 남해안 낙도로 자원해 가서 학교의 전교생 19명을 가르쳤던 애환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11가구 섬 주민들과 합심해 유일한 교통수단인 도선을 마련하고 처음으로 60세 이상 노인 합동회갑연을 베풀며 낙도개발상을 제정하고 마늘 시금치 재배를 권장해 소득증대를 기하는 등 '섬마을 선생'의 냄새를 풍기려고 노력하던 때가 벌써 45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전기도 신문도 TV도 없이 문명의 이기라고는 라디오만으로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낙도 생활이지만 "제발 육지로 보내지 말아 달라"는 섬 주민들의 청원서 때문에 1년이면 미련 없이 훌훌 육지로 떠나버리는 다른 교사들과 달리 4년간을 섬 주민들과 고락을 같이했습니다. 그래서 '섬 마을 선생' 노래는 지금도 필자의 애창곡입이다.

교장선생님! 요즘 학교마다 교장의 교육철학과 비전이 담긴 학교경영의 창의적이고 특색 있는 냄새가 그립습니다. 가슴이 찡하고 뭉클해지는 그런 향기 짙은 학교경영의 냄새 말입니다.

필자도 10여년 전 교장으로 있을 때 4년 동안 아침 일찍 학교 뒷산에서 '아침 등산 교실'을 열었습니다. 당시 등산교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에로빅 체조를 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광장이 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학년들에게는 논문 한 편 씩을 제출토록 해 학년 말에는 논문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교장선생님! 교육 현장에도 주는 대로 받던 철 밥통 시대에서 일한 능력만큼 받는 경쟁시대로 변하고 있으니 교장선생님께 한층 더 기대를 갖습니다.

교장선생님! 울산시민은 지금 4만달러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외형적인 '4만달러 시대'에 비해 내면적인 학생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는 전국 꼴찌라는 '맥 빠진'소식만 들릴 뿐입니다. 겉보다는 속을 알차게 꾸미는 학교교육에 전력투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장선생님! 요즘 교육현장에 너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교육시책에 대해 서로 갑론을박만 하고 있어 교육계에 종사했던 우리들까지도 헷갈리고 있으니 시민들이나 학부모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교장선생님!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고 학교의 질 또한 교장선생님의 능력이나 창의력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에게 인재양성밖에 더 있겠습니까. 교육이 바로 경쟁력입니다. 교장선생님이 교육현장의 야전군 사령관이 되어 새로운 전략으로 공교육이 신뢰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교장선생님의 발상전환으로 학교경영의 향긋한 냄새가 전해지길 항상 기다리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윤정문 전 울산 강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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