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갓 입학했던 시절, 투표하는 식구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어린마음에 "선거권이 있음 어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빨리 어른이 돼서 온 가족이 함께 투표소로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에 들어가고 첫 선거권을 행사-제16대 총선이 실시됐던 2000년 4월13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원하던 바였기에 첫 투표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생각보다 싱거운 투표절차에 약간 실망은 했지만 투표소를 나오는 순간 이제야 한 시민, 한 국민으로서 일종의 공헌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부끄럽고 어린 생각이었지만 그 때 선거일을 진정하게 보낸 한 사람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투표율이 역대 최저라는 보도가 들려왔다. 투표권을 단순히 성인의 기준으로만 생각했던 필자가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권은 한나라 국민으로서 당연히 행사해야 할 특권이며 의무라는 것을 깊게 생각하게 된 것은 그 때부터 였을 것이다.

학교로 돌아가서 첫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놀러간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전히 "선거는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나 어른들의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선거를 더 경험하고 이제 서른이란 나이가 된 지금. 올해 초에 실시됐던 제18대 총선에서 최저투표율을 경신하는 결과가 나왔다.

20대 시절 정치에 무감각한 여느 젊은이들처럼 숨가쁘게 살아왔지만 선거철이면 후보자나 공약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나 였기에 그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신장됐다고 믿었는데 투표의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뽑을 사람이 없다" "난 정치 따위는 관심 없다"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투표하러 가는 시간이 아깝다" 등등 투표하지 않는 이유도 참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소중한 투표권을 그냥 버린다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발상이다. 지금의 사회에 있어서 국민의 뜻을 가장 확실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투표라고 생각한다. 투표는 매우 민주적인 방식이며 합리적인 의사표현 방법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그 것을 채우기 위해서 투표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그것은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의 뜻, 생각, 의견이다. 이것이 모이면 바로 민의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뜻과 생각, 의견을 모으는 수단이 바로 투표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저 생각에 그치지만 투표를 통해 드러낸다면 그것은 하나의 민의가 되어서 표출되는 것이다.

소중한 투표권을 가벼이 버리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버리고 포기한 하나의 투표권은 결국 국민의 뜻을 일개 생각에만 머무르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요즘 들어 '민의'라는 말이 다시 자주 등장한다. '민의를 무시한…' '민의를 져버린…' 등 그저 필자의 생각이지만 그러한 말 이전에 한 번이라도 민의를 표현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는 반문을 국민들 스스로가 해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이제 내일 10월29일에는 울주군수 및 시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뉴스와 신문을 보면 이번 선거에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무관심하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된다. 대다수 시민들이 앞에서 언급한 이유를 들며 투표를 거부 한다고 한다.

부디 이번 선거에서 그러한 이유로 소중한 민의를 한낱 생각이 되지 않도록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뜻을 모아 투표에 참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울주군수 및 시의원 보궐선거 역대 최고의 투표율 기록, 군민 민의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지역정치의 기반마련'이라는 제하의 신문기사가 전국에 실리는 뿌듯한 상상을 해보면서 다시 한 번 이번 선거에 우리 지역민들의 민의가 꼭 반영되어지길 기대해 본다.

심재준 울주군선관위 선거감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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