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에너지독립 시민사회가 나섰다

 

獨 '타우보 졸라사' 정부 지원아래 지역 태양광 사업 추진

친환경 이미지·온실가스 감축·에너지 자립 등 '일석다조'

지난 7월 초 베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으면서 제3차 오일쇼크 직전까지 내몰았던 국제유가가 언제 그랬냐는 듯 10월 말 현재 베럴당 70달러로 이하로 폭삭 주저 앉았다.미국발 서브프라임 여파로 세계 경기후퇴라는 먹구름이 짙어지고, 원유선물 투기세력까지 빠져나가면서 유가 급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비록 국제 유가는 급락하고 있지만, 이머징 마켓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경우 국제 유가는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석유(40년),천연가스 (65년), 우라늄(50년)등의 생산량은 오는 2010년께를 피크로 수급의 균형이 깨지고, 금세기 중반께부터 고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 및 환경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비중을 2006년 현재 26%에서 41% 수준으로 높이는 원전 중심의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지난 9월 발표했다. 선진국들은 안전하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한 지역 에너지 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핵 발전을 선택한 셈이다.

독일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아래 시민과 농민들까지 자발적인 풍력과 태양광 발전사업에 나서면서 지구 환경보호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자립,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향상이라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같은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4월 독일 정부에서 EEG법(재생가능한에너지에 대한 지원 법)을 제정, 시행한게 신재생 에너지 산업 발전의 전환점이 됐다. 중앙·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관련 사업은 바로 수익성 있는 유망사업으로 부상했다.

지난 2001년 시민 주주 형태의 태양광 시민발전 사업에 뛰어든 독일의 태양광발전사업 컨설팅 업체 타우보 졸라(Tauber Solar)는 EEG법 덕택에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7년만에 세계적인 태양광 사업 발전사업자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2007년에는 독일 SOLAR상을 수상했다.

타우보 졸라의 설립자 레온하드 하프(Leonhard Haaf)씨는 EEG법 제정 이듬해인 2001년께 자신의 집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의 높은 효율성과 사업성에 매료됐다. 그는 소아과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포기한 채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30㎾h 이상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경우 독일 정부에 향후 20년동안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h당 20~22센트) 보다 두배나 높은 ㎾당 45센트를 받고 팔 수 있어 초기 투자비 과다의 단점에도 불구, 수익성 있는 미래형 산업이라는 판단을 내린 결과다.

타우보 졸라는 특히 지역 내 주택, 산업용 공장 건물 지붕을 사업지로 활용하는데 주목했다.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부지매입 등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환경 훼손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타우보 졸라는 시민주주 형태로 독일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모두 8기의 태양광 시민발전소를 지었다. 시민 주주형 시민발전소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건립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방식이다.

타우보 졸라의 시민 주주형 시민발전소 1호기는 2002년 같은 지역내에 위치한 대형 가구업체인 VS사의 공장 지붕 위에 설치됐다. 타우보 졸라는 이 회사의 지붕을 임대해 38기의 태양광 설비를 구축했다.

이 발전소에서는 현재 일반가정 13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당 최대 486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날씨가 흐린날에도 129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전력량은 VS사 전체 사용전력의 5%에 해당되는 량이다.

VS사의 임원 웡클러씨는 "회사 지붕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면서 20년간 임대료 수입에다 별도로 지붕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져 관리비도 절감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회사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되는 등 지역사회에서 서로 상생하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타우보 졸라는 건립 발전소 수가 늘어나고 투자 규모도 점차 커지자 보다 계획적이고 종합적인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자 법인으로 전환했다. 30여개 은행과 펀딩 사업을 맺어 자금력을 갖춘 대규모 투자자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발전사업 규모도 점차 대형화 하고 있다.

초창기 소규모 시민발전소에서 이제는 ▲은행을 통한 투자자 모집 ▲설치할 건물 지붕 섭외, 건물주와 임대 계약을 체결 ▲엔지니어와 설치 장소에 대한 기술적 검토·측정 ▲해당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 및 가동 등 태양광 관련, 종합적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세운 태양광 발전소는 독일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포함해 전 세계에 130여개나 된다. 태양광 사업에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는 시중금리(3~4%) 보다 2배 이상 높은 연 6~8%의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

타우보 졸라와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태양광 설비 및 시설 업체 액티브 졸라(Active-solar) 번 두쎌(Bernd Dussel)씨는 "독일내 태양광발전 설비의 수요가 폭증해 관련 물품을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 조달하고 있다"면서 "최근 태양광 발전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단위 면적당 생산 효율도 크게 향상됐고, 작은 면적에서도 사업이 가능해 투자전망은 매우 밝다"고 전했다.

독일은 이제 농민들은 햇빛과 바람으로 농사를 짓고, 도시인들은 시민발전소를 지어 안정적인 가계소득을 창출하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천국이 됐다.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2006년 현재 14%로 탄탄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글·사진=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