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0일자로 지정 고시된 서사·척과지역의 대단위 임대주택단지 건설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울산들꽃학습원의 존치 문제와 관련해 최근 지역의 일부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 보존결정 소식에 그동안 보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보존활동을 펼쳐온 단체의 대표로서 우선 환영과 고마움을 표한다.

주택공사의 공식적인 입장발표가 아니라 지역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라 이후 어떤 변수가 또 있을 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공신력을 가진 대중매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전달됐음을 주시한다면 보존을 전제로 하고 대상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수립되는 데는 큰 변수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해본다.

주택공사는 2006년 6월 해당지역 200여만㎡에 대단위 국민임대단지 건설계획을 예정고시 하고 2년에 걸친 지역주민들의 건립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30일자로 지정고시를 했다.

하루 아침에 수대에 걸쳐 살아온 고향마을을 잃게 된 주민들은 현재 반대대책위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공동으로 진행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예정지구 중심에 놓여 있는 울산들꽃학습원이 헐릴 위기에 처하자 보전을 위한 다양한 운동이 펼쳐졌다.

범서문화마당을 중심으로 반대대책위를 구성, 존치를 위한 대시민홍보와 함께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들꽃학습원에서 존치를 촉구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가 울산들꽃학습원의 보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폐교를 활용한 생태교육학습장으로 가장 모범적인 사례이며 이러한 이유로 전국에서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고 있을 정도로 지역의 명물이 됐다는 것이며, 둘째, 들꽃학습원이 위치한 옛 서사초등학교는 1999년 척과초등학교 서사분교로 폐교될 때까지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자산이라는 것이다.

이곳에는 개교당시에 심었던 왕벚나무와 곰솔이 예전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가 위치한 서사·척과지역이 모두 아파트촌으로 개발이 된 이후 마을이 있었음을 알려 줄 유일한 공간이다.

현 들꽃학습원의 면적은 전체 개발면적 200여만㎡ 중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하지만 보존으로 인해 이후 얻을 지역적 가치는 수치로 환산하기 곤란할 정도로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발과 보존의 상반된 입장은 이곳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다반사로 발생해 갈등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지만 매번 개발논리에 보존의 명분은 추풍낙엽이었던게 사실이다.

이러한 경험들을 기억하고 있기에 주택공사의 이번 들꽃학습원 보존 결정은 더욱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라 평가한다.

이왕지사 주택공사가 큰 틀 속에서 들꽃학습원의 존치문제에 대해 대승적 결단을 했다면 이후 보상 문제 등 고향을 잃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지역주민들의 아픈 마음도 보살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교육청도 이전 등의 문제로 그동안 뒤로 미뤄두었던 들꽃학습원 운영과 관련한 중·장기적인 사업계획들을 다시 점검하고 시민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학습공간으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김봉재 울산들꽃학습원 보존대책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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