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청소·문화공연 … 봉사 방법도 다채
때와 장소 가리지 않는 구슬땀에 박수를
자원봉사 환경 조성·감사하는 마음 필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서해안 태안에서 1만2547㎘의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검게 물든 서해안을 살리기 위해 해를 넘긴 뒤에도 꾸준히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 숫자만 어림잡아 약 120만명에 이른다.

끔찍한 사고였지만 기름을 제거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에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 불구하고 태안을 찾은 자원봉사자들 덕에 우리는 자원봉사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경상일보는 올해 1월부터 '나눔울산­자원봉사 일등도시 울산'을 주제로 내 고장 울산지역 곳곳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봉사활동의 현장을 찾았다.

이는 자원봉사활동이 얼마나 보람있고 필요한 활동인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선배(?)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자원봉사활동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울산지역에 자원봉사자가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많다. 청소나 빨래 등 노력봉사부터 소외된 지역을 찾아 멋진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 한국이 낯선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통역봉사 등 전문적 기술을 요하는 봉사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본보는 자원봉사활동이 포함하고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고 그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쯤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매달 테마를 정해 자원봉사자와 단체, 활동의 종류에 대해 소개했다.

겨울방학이었던 1월에는 학업에 쌓인 스트레스를 봉사활동으로 풀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났다. 청소년들은 서툴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비슷한 또래 장애인들과 친구가 됐고 외로운 할아버지·할머니의 귀여운 손자 노릇도 톡톡히 해냈다.

또 2월부터 3월까지는 재해재난·이미용·상담·수지침 등 전문적 기술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적극 활용하는 6개 단체를 만났다.

4월에는 자원봉사자와 대상자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바로 장애인들의 봉사활동을 테마로 정했기 때문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그들은 신체적인 제약으로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진 못했지만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 못지 않았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가족봉사단을 만났다. 이를 통해 어떻게 하면 가족들이 다 함께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지 또 어떤 자원봉사활동이 적합한지 소개했다.

6월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보훈가족들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을 만났다. 또 동시에 나라사랑의 정신을 이웃사랑으로 실천하고 있는 보훈가족들의 자원봉사활동에 대해서도 파헤쳤다.

7월에는 학성공원사랑회, 십리대밭지킴이 자원봉사회, 울산향교지킴이 봉사단, 동구 슬도지킴이 등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를 내 집 앞마당처럼 돌보는 이들을 통해 지역사랑정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피서가 한창인 8월에는 놀러가는 줄로만 알았던 피서지에서조차 자원봉사활동으로 땀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또 9월에는 울산에 정착한 외국인들 중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동시에 갈수록 인구가 늘어 중요한 사회구성원이 된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통역, 한글교육 등을 펼치는 단체와 자원봉사자도 만났다.

국군의 날과 경찰의 날 등이 몰린 10월에는 울산지역 경찰과 해양경찰, 해병대전우회, 군인 등이 지역사회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10개월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들은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울산에서는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사회복지시설과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시와 구·군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 등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동천체육관에서 발대식을 가진 '자원봉사 베스트 울산'에는 264개 단체와 1만1670명의 자원봉사자가 가입해 지속적인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지난 10개월 동안 자원봉사 일등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짚어봤다면 이제는 자원봉사 일등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나눔울산­자원봉사 일등도시 울산'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울산이 산업수도, 생태환경도시를 넘어 정이 넘치는 자원봉사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울산이 좀 더 갖춰야 할 것도 적잖다.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정희근 사무국장은 크게 두가지를 꼽았다.

첫째,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자원봉사활동은 이제 한 도시, 나아가 국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몇 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했고, 또 활동하고 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아직도 남모르게 조용히 실천하는 것을 전통적인 미덕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쩌다 자원봉사활동이나 기부를 많이 한다는 소문이 나면 무리한 부탁을 해 오거나 대 놓고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곱잖은 시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과 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겪는 이러한 정신적 피로를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포함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구·군 자원봉사센터나 사회복지협의회 등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하고 활동한 상황을 알려야 한다. 이같은 드러내놓는(?) 자원봉사활동은 문제가 되는 자원봉사활동 및 지원의 '중복과 누락'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특히 울산은 자원봉사활동에 있어 선진도시로 인정받고 있지만 자원봉사 포털시스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와 봉사실적 통계만 봤을 때는 고개가 갸우뚱해 지는 것에 대해 실무자나 시민 모두 생각해 봐야 한다. 또 남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가 몸을 다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자원봉사자에 대한 보험 확대 적용 등 예산 및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둘째, 감사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이 벌어지는 현장은 수도 없다. 시나 구·군의 큰 행사장일 수도 있고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사회복지시설 일수도 있다. 누가 어디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간에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하고 난 뒤 상처를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대방의 반응이 마땅치 않을 때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 반대로 자원봉사활동이라는 행위를 선물로 받은 수요자들이 이를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많아지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받으면서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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