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정치의 해로 만들었던 제16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된다. 각 후보진영의 사생결단식 선거전도 18일 자정으로 종료됐다. 30여년만의 양자대결 구도하에서 박빙의 각축을 벌여온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후보도 각각 마지막 호소를 유권자들에게 던졌다. 이 후보는 권력의 개혁, 화해와 통합의 시대 개막을 다짐했고, 노 후보는 낡은 정치의 청산과 국민통합의 정치실현을 역설했다.

 지난달 27일 후보등록과 함께 시작됐던 22일간의 공식 선거전이 후보들의 무대였다면 이제 유권자들의 차례다.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단 한표가 나라의 운명과 역사를 바꾼다. 물론 그 한표에 거는 의미는 유권자마다 다를 것이다. 어느 유권자는 그 한표에 정권교체의 기대를 담을 것이고, 어느 유권자는 새정치 실현의 소망을 실을 것이다. 어느 유권자는 정치권의 세대교체에 대한 기원을, 다른 유권자는 안정적 국정운영에 대한 주문을 담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사회의 다원성을 앞당겨 보자는 장래에 대한 투자도 있을 것이고, 그저 조금 덜 미운 후보를 낙점하는 손길도 없지 않을 것이다.

 생각은 다르지만 그 한표들이 모여 거대한 힘을 이루고 나라의 미래를 가꿔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유권자들의 기대와 소망이 녹아있는 참여에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스템의 존재가치가 있고, 민주주의의 장래가 있는 것이다. 참여없는 민주주의, 자신의 의사표현에 등돌린 민주주의란 존재할 수도 없고, 가치도 없다는 얘기다. 물론 소중한 한표를 포기하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신의 장래를 남의 손에 맡긴 결과에 대한 책임과 부담은 여전히 자기 것으로 남아 있게 된다.

 생각과 판단은 달라도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행렬에 나라의 장래가, 우리정치의 장래가 있다. 깨어있는 유권자 앞에 후진적 정치, 자질과 능력 대신 정략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이 발붙일 곳은 없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당당한 한표를 던져넣자. 그리고 그 결과에 겸허하자. 모두 함께 참여하고, 다수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정치적 성숙성을 발휘해보자.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한다. 이제 그 축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흔쾌한 심정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투표장으로 나가 깨끗하고 당당한 한 표를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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