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O들이란", 지하철 안에서건, 식당에서건, 공공장소 아무 곳에서나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휴대폰으로 마구 떠들어대니" 쯧쯧쯧, 메일이다, 16화음이다, 게임이다, 다 뭐냐? 그냥 모두 다 없애 버려!!"

 대단한 실례일지 모르나 나이 드신 분들이 평소에 참고 있던 말을 대신 한 것이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젊은이들이 왜 그토록 휴대폰에 몰두하는 것일까?"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개론이라는 수업을 매년 1학기에 가르치면서 늘 한번씩 휴대폰 이용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이 강좌에 등록한 200여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에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강의진행에 필요한 교재를 지참하여 강의에 참가하는 학생이 전체 20%를 넘지 않는 현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기도 하다. 수업진행에 가장 방해를 주는 요인 또한 휴대폰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마구 울려대는 휴대폰 벨소리 때문에, 강의실마다 휴대폰 사용금지를 경고하는 안내 포스터가 출현한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어디선가 다음과 같은 귀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를 망친 것은 일제(日帝)36년의 식민지도 아니도, 미국의 사대주의도 아니고 바로 텔레비전이야!" 이 글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비유한다면 "우리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휴대폰이야!"라고 조금은 과격한(?) 진단을 내리고 싶다.

 그들은 그들 용돈의 대부분을 휴대전화 이용료에 충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와 수십만원씩이나 하는 단말기 그레이드 업을 위한 비용을 벌기 위해 주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책과 음반을 사서 읽고 듣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휴대폰을 한시도 떼어놓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결국에는 커뮤니케이션행위에 돈과 시간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수신자 표시기능 등의 정착으로 원하는 상대 또는 친한 사이와의 대화만을 분명히 구분하는 예의바른 그들이 왜 지하철, 버스 속 등의 공공장소에서 방약무인(傍若無人)하게도 큰 소리를 내어 전화를 하는 것일까?

 새로운 서비스(수신자거부, 수신자표시기능 등의) 덕택(?)으로 이외로 타인과의 만남이라는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 자신의 주위에 타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초부터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이러한 현상을 "타인의 부재"(不在)라고 부르고 싶다. 휴대폰 안에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단순한 전화가 아닌, 게임, 인터넷, MP3, 문화정보 등등.

 현대의 유행현상이 총 집결하는 90년대 이후의 네트(Net)세대문화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그 대부분이 기존의 마케팅분야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휴대폰에 의해 형성된 신세대문화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공공적 사회(公共的 社會)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들에게는 가상현실과 현실세계와의 차이가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과연 현대사회 젊은이들만의 고유한 특징일까? 오히려 젊은 세대의 문화 건너편에 존재하는 현대의 의미를 올바르게 인식하기를 거부하는 우리 기성세대들의 폐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모두들 젊은이들에게 공동체사회에서의 매너와 윤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상현실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우리들이며, 그들을 애초부터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점잖은 우리들에게 더욱 큰 심각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휴대폰 세대를 통해 분석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자신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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