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환경교육이 저탄소 녹색성장 설계한다

 

독일 키빗, 89년 에너지교육장 '아테팍트' 설립 인식 전환 유도
태양광·풍력 등 대안 제시 … 울산도 폐교 활용 체험교육 필요

"전화 왔을때 자동응답기를 하룻동안 받지 않고 두면 얼마의 전력이 낭비될까 ?"(답 72Wh)

"1시간동안 TV를 시청하면 몇 와트가 소비되나?"(답 80Wh)

독일 북부의 덴마크 인접 지역인 플렌스부르크에 건립된 아테팍트(artefact)는 체험 교육을 통해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대안에너지로 제시하는 체험 에너지교육장이다.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체험을 통해 화석 에너지를 쓰지 않고 바람과 태양 등의 에너지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화석에너지 없이 생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실제 체험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곳이다.

물을 이용해 위치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원리를 보여주는 발 자전거, 풍차를 돌려 물을 끌어올리고 여기서 얻어지는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전력을 생산하는 수직축 풍력발전기. 태양광 조리기, 수소연료전지까지 갖가지 시설로 에너지 생성 원리와 화석에너지의 문제점 등에 이해를 돕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에너지 체험 및 재생가능 에너지 전문 교육기관으로 각광받고 있는 아테팍트 방문객만 연간 1만5000명. 독일의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위해 어디에서도 일체의 자금지원을 받지 않은채 자립운영되고 있다. 운영료는 아테팍스 입장료(성인 4유로, 소아 3유로)와 에너지 교육과 상담 등을 통해 스스로 조달하고 있다.

아테팍트는 30여년 전 화석에너지로 인한 환경의 문제점을 간파한 베르너 키빗(werner-kiwitt)씨의 선구자적 혜안에 의해 탄생됐다. 70년대에 발생한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고 난 뒤 에너지의 중요성과 지속적인 에너지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당시 독일은 오일쇼크에도 불구, 전기를 독점 공급해 배를 불리는 대형 전력회사에 부정적인 인식이 퍼졌다. 지역 단위에서는 석유에너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됐다. 독일도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였지만, 원자력은 애초부터 대안 에너지에서 제외됐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30년정도만 사용할 수 있는데다 향후 발전소가 미치는 영향은 향후 3000년간 이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플렌스부르크를 비롯한 지역 단위에서도 풍력, 태양광 등과 같은 자원을 활용하면 지역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시의 이 교훈은 독일이 세계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이끄는 동력이 됐다.

재생 가능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한 베르너 키빗씨는 1989년 250만 유로의 자금을 들여 아테팍트를 설립했다. 건물을 지을 때도 최대한 이 지역의 나무와 진흙, 단열재 등의 재료를 사용해 에너지 절약형 건물을 만드는데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물론 아테팍트 건물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력량은 풍력(30㎾)과 태양광(15㎾) 에너지로 생산, 자급 자족할 수 있을 정도로 건물과 외곽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다만 독일의 EEG법에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전력회사에 비싼 가격에 모두 팔수 있는 이점을 활용, 다시 판매한다.

아테팍트에서 하는 일은 어린이 교육, 성인교육, 파워파크 방문, 게스트하우스운영 등 크게 4가지. 이 가운데 10년, 20년 후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특히 많다. 학교에서의 이론교육으로는 깨닫기 어려운 체험 교육이 그 중심이다. 어린이들이 이곳에 설치된 기기를 이용해 스스로 자연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해 보도록 하는 방법으로 자연에너지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하고 있다.

성인교육은 태양에너지에 관한 상담원이나 기술자도 교육, 제3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에서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와 환경보호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활동도 진행 중이다.

플렌스부르크대학 에너지 환경메니저먼트와도 아트팍트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학의 연구정보가 주민생활정보로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베르너 키빗씨는 "오일쇼크 당시 정치가들은 선동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부르짖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 지역 농민들은 풍력 에너지를 상품처럼 팔고 있다. 풍력이 없었다면 농촌을 떠나야 했는데 이제 계속 정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농어촌 폐교를 활용한 문화, 생태체험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아테팍트처럼 대안 에너지 전문 교육 및 체험장은 없다. '에너지 도시' '환경도시'를 표방하며 각종 개발 사업에만 급급한 시·도지역에 폐교를 활용한 에너지 체험장을 조성, 지역민들에 살아있는 에너지체험 교육을 하면 어떨까.

가계·기업·정부 모두 현재와 같은 석유 소비형 산업과 생활만 고집하는 것은 온실가스 발생으로 인한 지구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화석에너지와의 종말'을 고하는 운명의 시계바늘을 더욱 재촉하는 꼴밖에 안된다.

독일 플랜스브루크대학에 에너지 분야를 공부 중인 염광희(환경운동연합 간사)씨는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더 일사량이 더 풍부해 태양광 산업의 잠재량이 뛰어난 편이지만 자연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채 사장시키고 있다"면서 "독일처럼 시민들이 참여하는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같은 체계적인 대안 에너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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