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위한 문턱 없는 건축설계 '배리어 프리'서 출발
차도-인도 높이차 없애는 등 유모차·휠체어도 편리하게 이용
성별·연령·장애 상관 없이 사용 가능한 디자인으로 급부상

울산대공원과 선암수변공원 등 공원이 도심 곳곳에 위치한 울산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이는 울산이 '산업도시' '오염도시' 대신 '환경도시''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새겨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걸음마를 뗀 울산은 아직 가야할 길이 구만리다

이왕 가는 길 정확한 지표를 갖고 있다면 원래 계획했던 목적지에 도착하기 훨씬 쉬울 것이다

그 지표로 유니버설디자인 (Universal Design)을 꼽을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최근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각종 제품과 건축물, 도로 등 공공시설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산업수도를 넘어 문화, 복지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울산도 유니버설디자인을 조금씩 적용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 개념을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장애인이나 노인을 배려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 것들이 모두 유니버설디자인의 범주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교통약자를 위한 조례 제정도 유니버설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유니버설디자인에 눈을 뜬 일본 시즈오카현의 사례를 바탕으로 울산이 도입해야 할 유니버설디자인 방향과 대안에 대해 살펴본다

앞으로 총 7회에 걸쳐 아직까지 생소한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실제 적용사례, 울산의 과제 등에 대해 짚어본다

◇울산에 싹튼 유니버설디자인

#1 유모차를 끌고 있는 한 주부가 길을 건너려 하고 있다. 바로 앞에 육교와 지하도가 있지만 '언감생심'이다. 주부는 할 수 없이 횡단보도를 찾아 한참을 돌아갔다.

#2 시각장애인 김씨는 울산에 이사온 지 얼마 안 됐다. 당연히 지리가 익숙치 않다. 각종 생필품 등을 사기 위해 외출에 나선 김씨는 일단 집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한 걸음 떼기도 힘겨웠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군데 군데 끊어져 있기 일쑤고 쓰레기통이나 전봇대 등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불편했다.

두 가지 사례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흔히 겪을 수 있고 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울산지역 전체에 유니버설디자인이 도입됐다면 어떨까?

유모차를 이용하는 부모들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해 육교나 지하도 대신 도로와 인도 사이 단차를 없앤 거리를 자연스럽게 지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점자블록이 어디든 깔려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일본의 시즈오카현은 이처럼 도시 전체를 유니버설디자인화 하고 있다. 인도와 도로, 공원과 공공기관, 마트와 호텔 등 어디를 가든 유니버설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시즈오카현이 유니버설디자인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단계라면 울산은 이제 싹을 틔운 단계라 할 수 있다.

울산 시민들의 도심 속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는 울산대공원이나 선암수변공원에 한 번쯤 가 봤을 것이다.

이 곳을 산책하다 보면 다른 곳과 달리 장애인이나 노인, 아동들이 맘 편하게 뛰고 걷는 것을 볼 수 있다.

울산대공원의 경우 단차가 없고 계단을 최소화하는 등 일부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나 유모차를 끄는 주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 누구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유니버설디자인이다.

실제 울산대공원의 조성방침에 대한 설명을 살펴봐도 정적·동적 활동, 전통성과 혁신성, 편안함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추구하고 제공함으로써 모든 계층과 다양한 형태의 방문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설계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올 4월에 '울산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사회적 약자인 임산부나 장애인, 노인 등을 중심으로 교통편의를 제공하자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유니버설디자인 도입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왜 유니버설디자인인가

유니버설디자인은 노인이나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시작된 '배리어 프리'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배리어프리는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건축학에서 먼저 사용됐다.

이후 일본과 스웨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일반인처럼 편하게 살도
록 하기 위해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는 운동이 전개돼 확산됐다.

1980년대 미국의 건축가이자 공업디자이너인 론 메이스가 이같은 배리어 프리개념을 진화시켜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오늘날 유니버설디자인은 성별이나 연령,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으로 정의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일본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지에서 많은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으며 넓게는 공공시설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1516년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다. 유토피아는 본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무데도 없는 나라'라는 뜻이었으나 이 소설을 계기로 '이상향'을 의미하게 됐다.

오늘날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의 생각이나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나이가 적든 많든, 장애가 있던 없던, 문화가 다르건 말건 누구나 편리하게 먹고, 이동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갖춘 곳이 아닐까?

이런 상상속의 유토피아를 현실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글=홍은행기자 redbank@ /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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