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학과 관련이 있다. 신라때(901년) 발생한 계변천신 설화에서 부터 두 마리의 쌍학이 나타난다. 현재도 계변천신 설화와 관련이 있는 학성공원과 개비(戒邊)고개를 비롯해 학산동, 학성동, 학남동, 회학, 비학, 무학산, 학소대, 원학정, 화학암 등의 지명과 지칭이 있어 울산이 학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계변천신 설화와 지명에 의거한 울산학춤이 전승되고 있다. 성경린(成慶麟, 1911~2008, 예술원 원로)은〈궁중무용무보〉에서 '민간의 학춤은 전설에는 울산의 융변산신에서 나왔다'고 해 한국의 민간학춤이 울산의 융변산신 설화에서 창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울산의 자연 생태환경은 태화강과 동천의 발달된 하도와 그리고 삼산 평야의 습지를 생각하면 과거에는 많은 학이 월동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울산승람〉에서도, 1954년도에 청량과 범서에 학이 날아왔음을 알 수 있는 동물의 분포현황을 찾을 수 있다.

울산에 학의 실증적인 회화인 화학암이 있다. 화학암은 바위에 새겨진 학 그림을 말한다. 화학암의 표현은 포산 사람 곽전(1839~1911)이 지은 시 화학암(畵鶴巖)에서 연유한다.

울산에 화학암은 두 곳에 있다. 하나는 중구 태화동 강가에 위치한 오산에 있었다. 다른 하나는 반구대에 있다.

오산의 화학암은 하천정비 공사로 말미암아 멸실돼 지금은 없어졌다. 반구대에는 현재 두 마리의 학 그림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오산과 같은 형식인 학 그림으로 반구(盤龜)라고 새겨진 글씨와 학소대(鶴巢臺)라고 새겨진 바위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기법이 독특하며, 약 300여년의 역사성을 지닌다고 한다. 또 다른 한 마리는 목을 길게 뻗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학은 생태학적 속성에서 많은 문화를 지닌다. 붉은색의 단정, 검은 색의 목과 날개깃, 흰 빛의 몸, 예리한 부리, 멀리까지 들리는 학명, 천천히 걷는 자태, 활짝 편 두 나래, 부리부리한 눈빛, 큰 키 등의 생태는 마치 학창의를 입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사색하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예리하고 긴 부리는 귀신을 쪼아 쫓는다해 상여의 향도로 이용되기도 한다. 북당의 자친학발(慈親鶴髮)은 연로한 부모님을 학의 흰 깃빛에 비유해 표현하기도 한다. 간혹 병풍에 그려진 기로(耆老)의 잔치 마당에 유유히 걸어 다니는 학의 그림은 우리나라 선비적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울산학춤에는 경사스러움으로 나아가는 진경과 삿된 것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벽사의 상징적 의미가 원융돼 있어 많은 공연에 초청되고 있다. 이러한 학의 속성과 학이 서식하는 자연생태를 인식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생태환경 도시를 만들어 생동하고 역동적인 울산을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울산인의 결집이 필요하다.

울산시는 수년 전부터 울산을 향후 살기 좋은 생태환경도시로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울산의 시조(市鳥)와 시무(市舞)를 각각 '학(鶴)'과 '울산학춤'으로 하자고 정중히 제안한다. 울산에서의 학은 역사성, 정체성, 회화성, 지역성 등 다양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의 울산, 한 마음의 울산 사람으로 결집하기 위한 촉매제로 독창적 지역 생태문화자원인 학이 활용돼 울산을 인식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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