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순에 닥친 때이른 추위와 비소식 등이 손맛을 제대로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지만 대물이라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13일의 금요일" 밤 11시께 울산을 출발해 3시간여 만에 남해대교를 지나 미조에 도착했다. 감성돔 채비로 밑밥을 넉넉히 마련하고 미끼는 크릴새우와 잡어의 극성을 피하기 위해 깐새우를 준비했다.
통영이나 여수권에서는 기본적으로 배편으로 1시간 가량 나가야만 갯바위에 도착하기 때문에 배삯을 3만원정도 받지만 미조에서는 10~20분이면 갯바위에 도착할 수 있다. 배삯도 절반인 1만5천원. 보온밥통에 담아주는 도시락까지 합쳐 2만원이다.
10m 이상의 깊은 곳을 공략하라는 선장의 충고를 들으며 죽바위라고 불리는 갯바위에 내렸다. 새벽 4시 30분. 동이 트기까지는 1시간여가 남았지만 조급증에 전자찌를 끼우고 낚시를 드리웠다. 발밑 수심이 13m. 투~툭, 이어지는 입질에 긴장했지만 매번 빈 낚시만 올라왔다. 잔챙이라는 판단이 섰다.
날이 밝아야만 승부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으로 눈을 붙였다. 웅~ 하는 기계음에 웅크린 몸을 펴고보니 여명과 함께 선박들이 미조항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군함같은 바지선이 어선들은 호위속에 마치 전쟁터에라도 나가는 듯한 웅장함을 연출했다.
다시 한번 정확하게 수심을 체크하고 산재해 있는 여를 확인했다. 바닥을 훑다보니 걸림이 심했지만 "대물은 이런 곳에서"라는 믿음으로 밑밥을 투척하며 크릴미끼로 조류를 태웠다. 조류가 거의 없어 투척지점에 찌가 멈췄다. 밑밥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해가 오르고 기온이 다소 올라갔다. 라면으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낚싯대를 들었다. 볼락 입질이 심해졌다. 젓갈을 담는데 쓰인다는 데서 이름 지어진 손바닥 만한 "젓볼락"의 습격이 시작됐다. 밑밥을 따라 물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빠르게 미끼를 가라앉히기 위해 민장대를 사용해 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입질인가 싶으면 볼락이 큰 눈을 굴리며 물고 올라 오기 일쑤였다. 10㎝를 겨우 넘긴 새끼들이었다. 볼락떼의 대거 공격으로 학공치나 매가리 등이 모습을 감췄다.
입질은 이어졌지만 감성돔이나 벵에돔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건너편 갯바위에서는 "감성돔 사촌"이지만 천대를 받는 망상어가 올라와 감질섞인 한탄이 이어졌다.
오전 10씨께 옆자리 B씨의 초릿대가 휙 휘어졌다. 상당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감성돔에 대한 기대로 물밑을 확인했지만 올라온 것은 30㎝ 참돔. 조금 아쉬웠지만 그나마 위안이 됐다.
물이 빠져 나가자 볼락의 입질마저 끊어졌다. 오전 8시께부터 조업선박들이 몰려들어 볼락낚시를 시작했다. 쌍끌이 어선까지 가세해 볼락을 잡았다.
점심무렵이 지나자 현지 낚시꾼들이 대거 들어왔다. 하나같이 주 채비는 볼락낚시, 보조채비로 감성돔 채비를 갖췄다.
남해 미조 갯바위 공략의 채비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해로 출조할때는 카드채비가 필수다. 원줄 5호줄에 목줄 3호, 바늘 10호, 10호짜리 추를 다는 것이 기본이다. 미끼도 청갯지렁이가 주로 쓰이지만 감성돔 낚시때 밑밥으로 투척되는 크릴새우에 입맛이 길들여져 크릴이 더 효과적이다.
현지 낚시꾼은 "볼락은 밤낚시로 잡아야만 씨알도 굵고 허탕이 없으며 10m 이상의 깊은 수심을 노려야만 제대로 된 손맛을 볼 수 있다"며 "볼락낚시에 곁들여 감성돔낚시를 하면 잦은 입질은 아니지만 붙박이 대물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치는 않지만 볼락낚시도 포인트를 제대로 알아야만 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바람을 등지는 곳을 택해야 한다. 볼락은 바람에 민감하기 때문에 동풍(샛바람)이 불면 서쪽 갯바위를, 봄철에 부는 서풍(갈바람)에는 동쪽 포인트가 유리하다. 볼락 조과는 바람과 비례하기 때문에 파도도 잠잠한 곳이 포인트로서 좋은 곳이다.
바깥쪽으로 조류 소통이 잘 되는 깊은 홈통이 최적지다. 본류대를 포인트 밖으로 두면서 안쪽으로 조류의 간접 영향을 받는 홈통은 볼락이 떼로 몰려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중여가 산재한 곳도 좋다. 수중여는 볼락 뿐만 아니라 물고기들의 생활터전이기 때문이다. 특히 볼락은 큰 수중여 사이 암초지대를 즐겨해 잠겨져 있는 수중여는 볼락낚시의 최고 포인트로 꼽힌다.
볼낙낚시는 일반 바다낚시와 달리 직각 들어주기나 옆 끌어주기, 옆으로 끌면서 들어주기 등으로 볼락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참돔 1마리에 20㎝급 볼락 10여마리, 3명이 거둔 조과의 전부였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오는 길에 반기는 겨울의 상주해수욕장 경관과 금산의 바위들이 채비를 제대로 갖춰 다시한번 도전하라는 듯이 인사를 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