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교수로 있는 구광렬씨(스페인어)가 두번째 시집 〈밥벌레가 쓴 시〉를 미래문호사에서 내놓았다.

 그는 스스로를 "밥벌레"라고 하듯 세상 또한 반듯하지 못하다고 소리치고 있다. "한평생 한 나라 말아먹는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한평생 한 줄 두 줄 김밤 말아 모은 전 재산/ 남의 집 애들 공부 잘하라고 몽땅 내놓으신/ 할머니 한분 계십니다"(〈컬트무비〉일부)라고 가진 자들을 빗댄다. 그러나 그의 비난은 애정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푸른 숲에서/ 시치미 떼고 서 있는 전봇대/ 꽃마저,/ 꽃마저 피우려고 한다"(〈전봇대〉 일부).

 문학평론가 강범우 덕성여대 교수는 작품 해설을 통해 "표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매우 역설적인 사회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며 "이질적인 대상, 소외된 대상을 그리면서도 그 지향점은 언제나 동질성과 통합으로 열려 있다."고 평했다.

 구광렬교수는 멕시코국립대학교에서 시를 공부하고 중남미 현대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88년 〈자유문학〉 신인상을 수상했고 첫 시집 〈자해하는 원숭이〉를 내놓았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