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한분옥씨가 수필집 〈진홍가슴새〉(도서출판 제일)를 펴냈다.

 표제작을 비롯한 39편의 수필과 그가 정성을 기울여 수놓은 자수 작품 47점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그는 여성적인 관심에서 소재를 고르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눈길과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수필〉이라는 글에서 그는 "한국적 정감을 그려내는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분위기", "한번의 붓질로 마음 속의 사상을 표현하는 한국 문인화의 정서"를 담고 싶어한다고 밝히고 있다.

 표제작은 어느 마을에나 한명 쯤 있었던 정신장애자의 이야기를 그림처럼 펼쳐놓았다. "싸립문 토담 아래 접시꽃이 유난히 붉던 종조모님댁 윤팔이 아재는 우리가 어릴 때도 윤팔이 아재더니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택호도 없이 어른도 아이도 모두 윤팔이 아재라 부릅니다"

 그의 관심은 그림과 음악으로 뻗쳐나가기도 하지만 목욕탕이나 미역국 등 주변의 자잘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수필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이 자수다. 공무원미술대전에서 총무처장관상을 수상한 기량을 가진 그의 자수는 기와의 암막새와 수막새, 연화·인당초·봉황 등의 전통문양, 절집의 문살 등을 본뜨고 있다.

 김열규 인제대 교수는 "그녀의 글들은 대부분 당대의 전설이고 오늘의 옛이야기"라며 "사람다운 사람들, 하지만 이름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이를테면 무지렁이 같은 사람들의 작은 훈김, 영영 사라질 뻔한 덕담을 길이 길이 전하려 든다"고 평했다.

 한분옥씨는 예술계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와 수필집 〈꽃과 여자 그리고 정념〉 등을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울산시지회장을 맡고 있고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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