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땅 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이 얼마나 좋은가…."

토요일 저녁 한가로이 주말을 보내며, TV를 켜니 회식자리에서도 단골 메뉴로 불리는 '아름다운 강산' 이라는 노래가 멋들어지게 울려 퍼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풍요로움의 대가는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매일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다 보니 그 옛날 후손들에게 이런 자유를 주기 위해 희생했던 그분들의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영어 배우기에 들썩거리고, 인터넷 용어로 외계어라 불리는 신조어들이 쏟아지면서, 한켠으로 버려지고 외면당한 우리의 글 한글마냥, 순국선열의 날 아니 우리의 순국선열들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필자 역시 두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이지만 가르쳐 주지도 않은 영어단어를 곧잘 말하는 아이를 칭찬해 준 기억은 있어도, 나라사랑하는 마음이나 순국선열이 어떤 분들인 지에 대해 아이에게 알려주거나 함께 얘기해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우리의 말과 글인 한글을 쓰지 못하고, 우리의 역사를 배우지 못하고, 일제의 말과 글, 그들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칼을 찬 일본인 교사 혹은 친일파 교사에게 배워야 했던, 그 어두웠던 시절이 채 1세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 길지 않은 사회생활을 한 경험으로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처음 먹은 마음대로만 하면, 현재의 나태하고 안일한 자세를 바로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뜻일 것이다.

오늘은 69회째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에 침탈된 국권회복과 조국광복을 위해 가족과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국내외에서 피 흘리고 목숨 바쳐 투쟁한 수많은 순국선열의 유지를 받들고, 선열의 위훈을 기리며, 숭고한 희생정신과 나라사랑정신을 이어받아 민족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이를 후손들에게 길이 기억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처음 1939년 11월21일 임시정부에서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사이에 을사늑약이 체결된 11월17일의 국치(國恥)와 모욕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 날을 '순국선열의 날'을 정한 것은 그 의미자체가 매우 반어적이라 할 수 있다.

순국선열은 말 그대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모든 분들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추앙하는 순국선열은 주로 국권을 침탈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빼앗긴 우리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나라를 잃고 비분과 수치심에 자결해 순절하신 분들, 의병이나 독립군 등으로 활동하다 장렬하게 전사하신 분들, 국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다 일제에게 피살되거나 체포돼 옥사하신 분들을 말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은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의 바탕 위에 이룩된 것임을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선열들의 국권 회복을 위한 순국정신을 국민의 나라사랑정신으로 계승하고자 하는데 '순국선열의 날'을 기리는 참뜻이 있다고 하겠다.

순국선열의 날을 처음 만들게 된 그날,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산다면, 우리 모두 굳건한 대한민국을 지키는 우리 후손들의 '자랑스런' 선조가 될 것이다.

윤정음 울산보훈지청 보상과 복지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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