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울산의 별신굿

 

산업화·도시화로 점차 사양길
일산동·진하마을서 명맥 유지
마을축제로 역사성 이어가야

울산지역 어촌마을에서도 이같은 별신굿이 행해져 오다가 일제시대에는 무속·미신 근절을 이유로 탄압을 당하면서 한때 명맥이 끊기기도 했지만, 해방이후 다시 부활, 지금도 여러가지 향토신앙으로 전승되고 있다.

별신굿은 어민들이 풍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주는 풍어제, 죽은 사람의 혼백을 부르는 혼백제, 용왕제(음력 정월 14일에 배의 주인이 제주가 되어 뱃사공들이 지내는 제사), 무병장수를 비는 장수제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해방이후 울산지역에서도 남구의 용잠·남화·용연마을을 비롯해 온산의 달포·당월마을 등지에서도 가끔식 별신굿이 열렸다. 방어진과 일산진, 강동 정자· 당사·신명 등지에서는 주기적으로 별신굿이 벌어졌다.

울산의 산업화·도시화로 어촌마을이 사라지면서 별신굿의 전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08년 현재 지역의 전통신앙 및 전통제의로 주기적으로 열리는 별신굿은 일산동 별신굿과 울주 진하 풍어제뿐이다.

이들 별신굿은 현대적 성격이 가미돼 풍어와 안녕을 비는 종교적 기능과 함께 축제와 오락, 예능적 기능을 함께 띠고 있다.

일산동 별신굿(울산시 지정문화재 무형문화재 2호)은 일산동당제보존회 주관 아래 2년마다 한번씩 음력 10월 초하루부터 사흘간 펼쳐지는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동해안의 대표적인 마을제다.

일산동 별신굿은 마을 사당(당집)에서 올리는 유교식 제사와 대대로 이어온 세습무(世襲巫)들이 진행하는 별신굿이 합쳐진 형태로 열린다. 내륙지방의 동제와 달리 일산 별신굿은 세습무들의 별신굿 중심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별신굿의 굿거리는 더러움을 제거하는 의식인 '부정(不淨)거리', 선원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龍王)거리' 등 23~26개거리로 구성돼 있다.

일산 별신굿은 무당굿 일인자인 고 김모출의 대를 이어받은 고 김석출로 대를 이어오다가 다시 그의 딸인 김영희(63·동해안 별신굿 예능보유자)씨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올해 115회째를 맞는 일산동 별신굿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동구 일산동 일산진마을 바닷가에서 별신굿 예능보유자 김영희씨의 주도로 열렸다. 첫날인 29일은 일산진마을의 당집(신을 모셔두는 집)에서 '당맞이 굿'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당맞이 굿은 무녀가 마을의 당집을 돌며 직접 신을 청해 오는 굿이다. 당집에서 한시간여 동안 당맞이 굿을 한 무녀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일산진 마을 일대를 한바퀴 돌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둘째날에는 심청이 같은 효자·효녀를 만들어 달라는 '심청굿'과 가정에서 키우는 소와 말을 위한 '황제굿' 등이, 마지막 날에는 해상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굿'과 조상을 용선에 태워 좋은 곳으로 보내는 '뱃노래굿' 등으로 진행됐다.

마을 주민들은 어업을 주업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는 주민이 극소수에 불과한데다 대부분 고령화되어 당국에서 적극적인 전승·계승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여타 별신굿처럼 명맥이 끊어질수 있다면서 당국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무병장수, 어촌의 무사태평과 풍어를 기원하는 울산시 울주군 '진하마을 대풍어제'도 일산 별신굿과 함께 울산을 대표하는 별신굿이다.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와 이 마을 어촌계 풍어제준비위의 주관으로 지난 2004년 처음 복원돼 4년만인 올해 10월초(10월1~4일) 두번째로 개최됐다. 이 별신굿도 무녀 김영희씨와 전수생들이 맡았다.

별신굿 첫날에는 굿당의 제악을 제거하기 위해 청소하며 잡귀 잡신을 깨끗이 물리치는 '부정굿'을 시작으로 수호신을 모시는 '골매기굿', 해와 달을 맞이해 수호신에게 명복을 기원하는 '일월맞이굿', 마을 수호신을 모시러 가는 '당맞이굿', 성황당에 가서 성주님을 모시는 '당성주굿', 당의 잡신을 물리치고 안녕을 위하는 일명 지신밟기굿으로 불리는 '당지신굿' 등으로 펼쳐졌다.

둘쨋날에는 서울 청패 풍물놀이패 공연에 이어 '하회굿' '성주굿' '군응굿' '조상굿' '산신령굿' '토지지신굿' 등이 이어졌고, 셋째날은 '용왕굿' '심청굿' '손님굿' '제면굿' '꽃배등굿'이, 마지막날인 4일에는 '거리시식굿' '황재굿(농사의 대풍을 기원하는 굿)' '대왕굿' '정경밟기' '아운맞이작법(모든 고혼을 극락세계 부처님 앞에 동참시키는 굿)'을 끝으로 풍어제의 막을 내렸다.

진하마을 주민들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마을의 안녕과 무병장수, 어촌의 무사태평과 풍어를 기원하는 전통 문화유산인 풍어제가 지역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잇는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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