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의 출발점

 

애틋한 사랑이야기 가득 찬
타지마할·파테뿌르·시크리등
세계문화유산 관광객 유혹

학창시절 세계사책에서 본 타지마할,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한 번은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그곳 인도에 첫발을 디뎠다.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화려한 문명을 꽃 피우고 다양한 종교를 배출해낸 인도는 경이롭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15배에 이르는 땅덩어리에 남한인구의 25배가 살고 있는 인도는 공식언어만 6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오랜 외세의 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인도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아니 더 나아가 그 외세마저도 인도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여행의 볼거리들도 모두 인도를 침입한 정복자가 세운 무굴제국의 유적이다. 짧은 여행기간 인도인들에게서 받은 느낌은 굳이 피아 식별을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민족도, 또 그들의 문화도 거부감 없이 인도의 것으로 융합시켜 온 것일까?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델리

델리는 오랜 세월 인도의 중심으로 어디로든 통하는 편리한 교통망을 갖춰 북인도여행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꾸뜹 미나르(인도 최초 이슬람왕조 유적), 라즈가트, 랄 낄라(레드 포트), 그리고 인디아게이트 등이 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하트마 간디를 화장한 곳 라즈가트에는 아직도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재는 야무나강에 뿌리고 화장터는 추모공원으로 조성했다 한다. 입구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역사적인 인물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하얀 대리석을 이용해 지은 높이 40m의 거대한 연꽃 모양 건축물 바하이 사원도 볼만 하다. 바하이신앙은 1800년대 후반에 형성된 신흥종교로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종교를 포괄하는 세계종교라 한다. 사원 안에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신께 기도드리며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이 열린다.

■ 사랑의 순례지 아그라, 자이푸르

이 세상에서 들어본 사랑이야기 중 가장 비싼 소품(타지마할)을 갖고 있는 무굴 샤자한왕의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감동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었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한 아그라의 타지마할은 그만 말문이 닫히게 했다.

한낮의 내리쬐는 태양 아래 뽀얀 우윳빛 속살로 서있는 타지마할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건물벽 하나하나 화려한 조각의 현란함은 차치하고도 궁전을 둘러싼 주위의 질서정연한 정원과 분수들을 보면서 이것이 정녕 사람의 수작업으로 이뤄진 궁궐일까 하는 의아심마저 들었다.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 좌우대칭 이라니….

전쟁에 나설때도 동행할 정도로 사랑한 셋째 부인 뭄타즈의 죽음을 슬퍼한 샤자한 왕이 그의 건축적 영감을 총동원해 지은 무덤궁전 타지마할. 이 곳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로 원래 힌두왕의 땅이었는데 샤자한이 사들여서 사랑의 기념물을 지었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어쩌면"을 연발했다. 누가 봤으면 드라마에 푹 빠진 아줌마를 연상하지 않았을까?

타지마할을 봤다면 다음은 아그라성

야무나강가에 세워진 아그라성은 샤자한이 아들에 의해 폐위된 뒤 8년간 여생을 보낸 곳이다. 아그라성의 8각형 탑 '무삼만 버즈'에 갇힌 샤자한은 죽을 때까지 멀리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죽은 아내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그라성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타지마할이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샤자한과 뭄타즈의 불멸의 사랑은 관광자원이 됐다.

아그라 시내의 칼라크리티 문화센터에서는 매일 저녁 타지마할에 얽힌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인도의 전통 춤과 노래를 곁들인 라이브쇼로 무대에 올린다. 지난 10월부터 개장한 이 센터는 곧 아그라관광의 최종코스가 될 것 같다. 현재는 힌두어와 영어 2가지 언어로 제공되지만 곧 8개 언어로 번역기를 제공한다 하니 한국어 번역도 기대해볼 만하다.

아그라에서 자이푸르로 가는 길에 유령의 도시로 불리는 파테뿌르 시크리를 만난다.

후사를 잇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악바르 대제에게 이슬람 성자 치스띠가 다음해 아들을 얻을 것이란 예언을 했다. 그 말이 맞아떨어지자 황제는 델리에서 치스띠가 기거하는 곳으로 수도를 옮기는 대역사를 감행한다. 그러나 파테뿌르 시크리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황제는 다시 수도를 아그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14년의 영화를 지킨 파테뿌르 시크리는 그 이후 수백년간 버려진 도시로 잊혀졌다.

이슬람교 사원인 자마 마스지드와 폐허가 된 올드시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왕궁 로열팰리스 등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세 곳 모두 인접해 있어 한 번에 빙 둘러볼 수 있다.

온통 붉은 색의 사암으로 된 사원 자마 마스지드 안에는 예외적으로 흰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물이 눈에 띄는데 치스띠의 무덤이다. 이곳에는 남편과의 영원한 사랑과 아들을 점지해주길 기원하는 여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원에 들어서자마자 빨간 색실과 꽃을 파는 현지인들의 끈질긴 호객행위에 시달린다. 치스띠의 무덤내로 들어가면 사방 벽에 나있는 창마다 붉은 색실이 묶여 있다. 색실을 판 현지인의 거듭된 충고를 새기며 소원을 이루기 위해 세 번 단단히 묶었다.

파테뿌르 시크리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로열팰리스는 모든 문화와 종교를 포용했던 악바르대제가 지은 궁궐답게 힌두, 이슬람, 기독교적 건축양식이 뒤섞여 있다. 이곳 왕궁에서 가장 화려한 곳은 악바르의 장남을 낳은 왕비 조다 바이의 궁이다. 조다는 원래 자이푸르의 토호세력 암베르의 공주로 정략결혼했다. 처음의 어색함을 이겨낸 두 사람은 깊이 마음으로 사랑하게 됐다 한다. 힌두와 이슬람의 결합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후대에 까지 전해져 인도영화의 소재가 됐다. 영화 '조다와 악바르'는 올해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도 선보인 영화다.

광대한 타르사막을 끼고 있는 라자스탄의 주도인 자이푸르는 골든트라이앵글 여행의 종착지다.

핑크시티로 불리는 자이푸르의 도심에는 분홍색 건물이 유독 많다. 분홍빛 궁전 하와마할은 자이푸르의 상징이다. 5층짜리 궁전에 벌집처럼 수많은 창문이 나 있어 '바람의 궁전'이라고도 불린다. 외부나들이가 어려웠던 왕궁 여인들이 이 작은 창을 통해 시내구경했다고 한다.

자이푸르 시내에서 북쪽으로 11km 떨어진 곳에 거대한 암베르성이 있다. 악바르에게 첫 아들을 안긴 조다 바이 왕비의 친정집인 셈. 산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성벽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성안으로 들어가려면 코끼리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산정상의 성을 향해 줄지어 뒤뚱거리며 성벽을 오르는 코끼리등에 타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암베르 성은 호사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 하다. 특히 왕비의 거처인 쉬시마할은 결정판이다. 대리석에 색색 구슬과 보석으로 장식된 벽면과 거울 모자이크 천장을 보고 있으면 '출입금지'라고 씌어진 안내판을 슬쩍 무시하고 들어가고픈 열망이 생긴다. 그래서 그런지 날카로운 눈매의 경찰이 건물 주요 부분마다 지키고 섰다. 거울조각으로 장식한 천장과 벽은 촛불 하나로 방을 환히 밝힌다고 하나 저녁에는 관람이 금지돼 있어 확인해볼 길은 없다.

+++++인도여행 Tip+++++

컵라면·즉석밥·김치 큰 도움
마스크·덧버선도 챙기면 요긴

인도여행의 최성수기는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건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비교적 견딜만한 더위에 아침 저녁으론 선선해 여행하기 좋다.

인천에서 델리까지 아시아나 직항편이 있고 비행시간은 대략 8시간 정도. 연착을 밥먹듯 하는 인도 현지사정상 비행시간이 제대로 안지켜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도와 한국의 시차는 3시간30분. 8시간 고문같은 비행기 좌석에 시달리고 델리에 내리면 3시간30분이 온데간데 없이 줄어 있다.

외국여행에서 음식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컵라면, 포장김치는 필수. 여행가방의 여건이 허락한다면 즉석밥도 몇 개 챙겨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인도음식의 향신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 먹어본 인도전문식당의 음식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향이 강하다. 그리고 간혹 인도여행책자 등에서 현지에는 달러가 안통하니 소액권은 필요없다는데, 호텔에선 1달러짜리가 환영받으니 팁을 위해 챙겨둘 것. 팁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문앞에서 버티고 움직이지 않는 포터들도 있다.

인도의 주요 유적은 신발을 벗고 관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새똥과 흙먼지로 더럽혀지는 발이 꺼림칙하다면 덧버선 하나 챙겨가자. 그리고 인도의 대기공해는 장난이 아니다. 차안에서도 도심의 공기는 참기 힘들정도니 황사마스크가 있다면 이 역시 챙겨가자.

글·사진=이애정기자 lov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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