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울산의 관문 경관 개선방안과 과제 - ① 울산의 관문에 울산을 입히자

 

日 후쿠오카공항 서비스 등 벤치마킹
다양한 도시특성 강점으로 부각시켜
관문이미지 개선 끊임없는 고민 필요

교통의 발달과 관광수요의 증대 등으로 지역간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각 도시의 얼굴로 기능하는 관문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때문에 저마다 경관 개선을 부르짖는 도시들이 노력을 기울이는 출발점은 관문이 돼야 하고,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산업·경제적 가치에만 치중해 온 울산의 관문 가운데 특히 방문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울산공항과 울산역,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은 불편과 불친절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이들 시설의 기능과 이미지 개선, 나아가 그 속에 울산만의 색깔을 입히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

◇기능·디자인 업그레이드할 때

울산공항은 산업수도 울산의 비즈니스 수요뿐 아니라, 인근 경북 경주와 포항의 항공수요까지 수용하고 있지만, 그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과 서비스로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우선 도심과 이어주는 연계교통체계 구축과 공항 주위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로선 공항 청사를 빠져나와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은 청사 앞에 줄지어 선 택시가 유일하다.

시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공항 밖으로 걸어나가더라도 대형차량이 위협적으로 지나다니는 국도를 만날 뿐이다. 이 같은 이용 불편과 주위 환경은 이용객들에게 '산업수도=삭막한 도시'라는 인식만 굳어지게 하고 있다.

비록 오는 2010년 예정된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개통의 영향으로 울산공항에 대한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울산공항의 상황은 너무 열악하다.

항공기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부각해 공항의 기능 유지·확대를 꾀하고 있는 일본 후쿠오카공항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후쿠오카공항은 청사와 인근 지하철역을 왕복하는 무료버스를 운행해 이용 편의를 향상시키는 한편, 공항 주위 광고물을 규제해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다. 또 신칸센 이용이 유리한 지역으로의 운항을 줄이는 대신, 항공사와 협의를 통해 항공료를 인하하거나 여러 노선을 묶은 패키지 운임을 개발해 고속철도와 경쟁하고 있다.

후쿠오카시 공항대책과 코사쿠 테시마 담당은 "청사 내 편의시설을 확대해 이용객들이 즐겁게 머무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면서 "공항 수요가 있고 필요성이 명확한 만큼 기능 유지·확대를 위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직 '수송'의 역할만 수행하는 울산역과 고속·시외버스터미널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울산역은 산업로변에 위치한 입지와 부족한 상업·편의시설로 활용도가 낮을 뿐 아니라, 역 주변에 즐비한 '러브모텔'은 관문 이미지를 저해하고 있다.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은 각 터미널 건물이 분리돼 이용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협소하고 노후한 시설도 불편을 안겨준다.

후쿠오카의 경우 기차역인 하카타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이 인접한 곳에 위치, 도시 최대의 유동인구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 역과 터미널은 쇼핑시설뿐 아니라, 대규모 서점, 게임센터 등을 갖춰 일반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특히 지상 8층 규모 터미널은 이용객들이 스크린도어를 갖춘 1~2층 승강장에서 버스를 탈 수 있게 해, 날씨에 상관없이 터미널 내에서 쇼핑을 즐기며 버스를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공중으로 지나는 모노레일이 기차역사를 관통해 미래도시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기타큐슈 고쿠라역도 뛰어난 디자인 사례로 꼽힌다.

◇관문에 '울산'을 입힐 때

업무차 울산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33·중구 복산동)씨는 "항공기를 타고 울산공항에 도착할 때 생태방송을 홍보하는 기내방송이 나오지만, 공항에 내려서면 어디에서도 '생태'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울산 방문객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지역의 이미지와 상징을 관문에 적용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물론 산업수도 생태도시(태화강) 고래(반구대) 처용 등 다양한 이미지 가운데 울산의 상징적 이미지를 수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오히려 그 다양함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이미지를 통일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울산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울산대 건축학부 김선범 교수는 "관문의 입지와 역사, 도시적 특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언양은 반구대 암각화가, 부산·양산 방면은 산업수도가, 항만과 울산역은 고래도시가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각 시설을 안내하는 입간판이나 상징탑을 넘어서는 지역의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현재 공업탑이 울산의 관문이자 상징으로 인식되듯이 제2, 제3의 공업탑을 관문에 적용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울산대 디자인학부 이재원 교수는 "울산시는 '산업을 기반으로 한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듯하지만, 지금까지는 산업과 생태가 전혀 융합되지 못하고 관문은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단이나 태화강이 아닌, 각 관문에서도 산업과 생태를 읽어낼 수 있도록 '울산'을 입히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취재=유귀화·허광무 기자/사진=임규동 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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