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에 화투판이라니! 그것도 고3들이 수능을 이틀 앞 둔 날에…. 서울 모 고등학교에서 소지품 검사를 했더니 학생들의 가방에서 6모의 화투가 나왔다고 한다. 화투를 압수했더니 종이로 화투를 만들어 또 다시 노름을 했다고 하니 참으로 못 말리는 학생들이었다. 어른들이 '밥내기' '술내기' 등 오락으로 하는 고스톱도 아닌 전문 노름꾼들이 하는 '섰다'를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울산의 J고등학교에서도 학교 안이 온통 '타짜' 열풍으로 넘쳐나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학생들 사이에 화투가 번지기 시작한 것은 만화, 영화, TV드라마에서 전문도박꾼인 '타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의 영향이라고 한다. 교사가 수업 중에 '학자'라고 했는데 '타짜'로 듣는 학생이 있다니 얼마나 화투에 몰입해 있는지 알 것 같다.

화투놀이가 중독성 도박의 첫 단계라고 한다. 중독성 도박자들의 대부분이 우연한 기회에 화투를 접하게 되고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화투놀이를 시작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어 가정파탄에 이르는 중독성 도박자가 되었다는 고백이다.

1991년 11월 어느 날, 남편의 도박으로 집도 잃고 빚을 갚으라는 채권자들의 협박에 시달리다 이혼을 각오하고 성폭력상담소를 찾아 온 40대 중반의 여성 내담자가 있었다. 그녀는 자기 주위에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많다며 도박추방을 사회운동으로 전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상담소에서는 건강한 가정 회복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도박추방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수 차례에 걸친 간담회와 도박 관련 특강을 마련했고 연구보고서를 발간해 배포하기도 했다.

1993년 7월, 울산시여성단체협의회 17개 단체 등 90개 단체가 모여 '도박추방운동협의회'를 결성했다. 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도박추방운동과 이의 전국 확산을 위해 그 해 10월6일 울산시에 사회단체로 등록(등록 제18호)했다. 또한 필자가 경상남도의회 의원으로 있을 당시 전국적 확산 내지 국가가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1994년 5원31일 경상남도에 사회단체로 등록(등록 제27호)한 바 있다. 그러나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1999년 9월27일 회장직을 이임하고 끊임없는 도박사회를 바라보면서 지금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지금의 학내 도박은 학생들을 문제시하고 탓하기에 앞서 기성세대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우리 자녀들은 보고 듣고 배운 대로 행동한다. 가정에서나 사회 곳곳에 모이기만 하면 놀이문화라는 명목으로 화투판을 펼치고 있지 않는가. 인터넷에서는 화투놀이가 기승을 부리고 '타짜' 사기도박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카페가 성행하며 이들의 위력은 섬광처럼 번쩍인다.

초등학생들도 대부분이 인터넷 접속을 한다. 이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모습으로 도박꾼이 되고 중독성 도박자가 될 지 심히 걱정스럽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도박은 범죄행위고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며 정신세계를 파괴해 인생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중독성 도박은 '충동조절장애'로 정신병의 일종이다. 청소년들이 화투놀이가 중독성 도박의 첫 단계임을 깊이 인식하고 건전한 놀이를 접하도록 기성세대가 힘을 모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타짜' 열풍의 새싹을 시급히 자르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런 만큼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성주향 가정법률상담소 울산지부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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