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도로나 철도, 항공편은 터미널이 있어서 이용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보통 터미널에서는 열차나 버스표를 사고, 출발시각까지 기다리거나 급한 용무를 보고 간단하게 요기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도시규모가 커지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터미널의 고유기능도 보다 복잡해지고 다양해 졌다.

그런데 단순히 터미널 규모가 커지고 편의시설이 많아진다고 해서 이용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울산을 방문하는 외지 이용객의 입장에서 보면 울산의 여러 터미널은 어떤 모습일까. 울산의 터미널을 방문객의 시각에서 바라보자.

내가 고속버스를 타고 울산을 찾아온 여행객이라면, 신복로터리를 지나 강변도로를 달려서 삼산동 터미널에 들어 올 것이다. 태화강의 아름다운 경치도 잠깐, 복잡한 삼산동에 내려서면 우선 방향감각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동서남북 구분이 안 되고, 특징 있는 건물도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키 큰 롯데호텔은 다른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시내버스는 어디서 어떻게 타는지 알 수가 없다. 외국인이라면 사정은 더 딱해 진다.

울산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찰구를 빠져 나오면 휑한 광장에 바람은 차고, 눈을 들면 모텔과 산업도로를 메운 대형 트럭만 보인다. 공항은 어떤가. 1층 도착로비로 나오면 좁은 공간에 나를 쳐다보는 사람만 가득하다. 밖에 나오면 택시는 줄지어 서 있지만, 시내버스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마중 온 사람이 없는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 진다.

그리고 울산은 국제무역항이지만 여객선은 가끔 정박해서 금방 떠난다. 부두에는 석탄가루와 쇳가루, 그리고 먼지만 휘날리고 가끔 피부색 다른 외국인이 보일 뿐이다. 장생포에는 영어 간판이 즐비하지만 보통 시민과는 관계도 없고, 시민과 그들이 어우러질 공간도 필요 없다. 우리는 외항선 선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그들이 울산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지만 버스터미널이나 철도역, 그리고 공항과 항만은 방문객과 처음 만나는 그 도시의 대문이자, 현관이다. 적을 막는 성문조차 의미를 담고 장식을 하며, 개인 집 현관조차 주인의 자존심이자 얼굴로 받아들이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도시의 얼굴에 너무 무심했다. 우리 울산의 관문을 그저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로만 생각했다. 지금은 도시도 개성을 주장하고, 도시 이미지가 경쟁력인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울산의 관문도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 찾아주는 방문객에게 조차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면 희망은 없다. 친절한 터미널, 편리한 철도역, 우리 집 현관같이 따뜻하게 방문객을 맞아주는 공항과 부두를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방문객의 입장에 서서, 울산의 좋은 점을 가장 드러낼 수 있게 하면 될 일이다.


한삼건 교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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