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울산항 액체화물 허브항 구축 어디까지 왔나

 

2002년 액체화물 거점항 육성 본격 추진
53개 선석 2천~32만5천DWT급 접안시설
저장탱크 499기에 147만㎘ 저장능력 보유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선정땐 제2의 도약

울산항의 배후에는 국내 최대의 정유회사인 SK에너지(주)와 S-OIL(주), 한국석유공사(KNOC) 등 정유회사와 함께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등 국내를 대표하는 유화업계가 밀집해 있다. 석유제품 저장시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온산항과 조성 중인 울산신항 등에는 액체화물을 처리할 부두시설 등이 잇따라 증설되고 있다.

석유제품의 울산항 집중화는 이처럼 규모의 배후시장이 형성돼 있는데다 동북아의 지리적 중심지인 울산항의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다. 석유산업 클러스터, 우수한 정제 기술력 보유, 양호한 물류 및 항만시설 보유 등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울산시와 울산지방해양항만청, 울산항만공사 등은 울산항을 동북아 액체화물 허브항으로 육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사업의 대상지로 울산항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액체화물 허브항을 향한 울산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울산항이 추진해온 액체화물 허브항 노력과 정부의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사업의 울산항 유치 여부를 점검해 본다.


◆액체화물 중심항으로 성장한 울산항

울산항을 액체화물 중심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한 것은 2002년 8월부터다. 당시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장관의 초도 순시 때 울산지방해양항만청이 울산항을 동북아 액체화물 물류기지 중심항으로 육성, 발전시키겠다고 보고했고 울산시도 세계적인 다국적 액체화물 물류기업 유치활동 등 적극적인 울산항 활성화 방안을 꾀하면서 본격화됐다.

액체화물부두 시설의 경우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울산본항에 SK에너지(주)의 22개 선석(SK 원유부이 3기 포함)을 비롯해 33개 선석이, 온산항에 S-OIL(주)의 6개 선석 등 20개 선석(S-OIL, KNOC 원유부이 각 1기 포함)을 합쳐 울산항 전체에 53개 선석에 2000~32만5000DWT급의 접안시설이 설치돼 있다.

또 울산항 배후에는 다국적 액체화물 물류기업인 보팍의 한국 법인인 한국보팍터미널과 태영인더스트리, 정일스톨트헤븐울산, 오드펠터미널코리아, 동북화학, 태영호라이즌터미널코리아, 효성 등이 2007년말 현재 저장탱크 499기에 147만㎘의 저장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울산항에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인 ENOC 그룹이 태영호라이즌터미널코리아과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일스톨트헤븐울산, 한국보팍터미널, 오드펠터미널코리아 등 탱크터미널 업계에서 1만곘에서 5만곘급 액체화물 전용부두 8선석을 포함해 액체화물 저장탱크 235기(동시 저장능력 84만7000㎘)를 건설 중에 있다. 2012년 이후에도 370기 167만4000㎘의 저장탱크 확충 계획이 잡혀있는 등 울산항의 전체 저장능력은 1104기에 399만1000㎘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울산항의 빠른 시설 증가 속에도 불구하고 울산항의 액체화물 처리실적은 2001년 이후 연평균 0.5%대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는데 그치고 있다.

2001년 1억2754만3000t을 처리했던 연중 액체화물 처리량이 2002~2004년 연속 2001년 물동량을 밑돌다가 2005년 1억2946만7000t을 기록한 뒤 소폭의 증가세를 이어오며 2007년에는 전국 대비 34.7% 수준인 1억3127만곘을 처리했다.

2006년말(1억3088만t) 기준 울산항의 액체화물 처리량은 휴스톤의 1억8600만t, 로테르담의 1억7600만t, 싱가포르의 1억5300만t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로 울산항은 멀지 않은 장래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3대 액체물류 중심항이자 동북아의 오일허브로써의 위상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울산항은 이를 위해 액체화물 부두시설의 지속적 확충 외에 액체화물 부두 접안능력 확대, 부두 이중접안 액체 환적선박의 자선규모 확대, 야간접안선박 및 야간 하역 확대 등 화물 유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또 울산항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항만 배후부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

특히 정부가 석유제품의 국제적인 유통과 판매의 중심지로 육성하려는 이른바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에 착수한 가운데 울산이 경쟁도시인 여수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항의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으로 내일을 준비

정부는 지난 7월 여수에 600만배럴 규모의 원유와 석유제품 저장시설을 건설 운영하는 동북아 오일허브 시범사업 착수에 들어간데 이어 울산에 예정돼 있는 400만배럴 규모의 시범사업과 별도로 내년 상반기중 2000만배럴 규모의 본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정부는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및 활성화 방안 수립’ 연구용역이 이달 말 끝나는대로 올해 말에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중장기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내년 중 오일허브 대상지 확정 등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2015년 물동량 추정치를 기준으로 울산신항의 3곳과 여수의 1곳 등 4곳의 오일허브 후보부지를 선정해 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부지조성 여건, 항만시설 여건, 투자비, 사업추진의 용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울산의 3곳 후보지 중 1곳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울산항은 동북아 오일허브 시범사업 착수에서 민자사업자와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여수에 뒤쳐졌지만 최근 보팍이 시범사업이 아닌 본사업에 참여할 뜻을 강력히 피력하는 등 기대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보팍 아시아법인과 울산해양항만청,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9월 싱가포르 보팍 아시아법인 사무실에서 △물동량 증대를 위한 사업 시행 △울산항과 싱가포르 보팍터미널간 운영활성화 사업 △정보교류, 해운·항만 및 기타 협력 강화 등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 보팍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참여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보팍 외에도 아랍에미리트의 국영석유회사인 ENOC, 오드펠 등도 참여 의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동북아 오일허브(세계 주요 항로상에 위치한 석유의 집산지로 원유 및 석유제품의 생산·공급, 하역·저장·부가처리, 중개·거래 등 정유사나 탱크터미널 사업자 등 석유물류 주체들의 물류 활동 중심 거점) 구축 사업 본사업지로 최종 선정되면 확정단계인 것으로 알려진 자유무역지역 지정과 함께 울산이 세계적 경기침체속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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