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원자로의 봉인을 제거하면서 미국의 대북한 중유공급 중단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원자로 봉인 제거조치는 그 누구로부터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정면 대결의 길로 들어서기로 작정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만약 이들이 일단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심산이라면 큰 계산착오에 빠졌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태도와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그들이 지금과 같은 계산 착오에 따른 악수를 거듭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 그들이 진실로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 내려고 할 경우 지금과 같은 벼랑끝 전술은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과거 벼랑끝 전술로 재미를 보았던 클린턴 시절과는 달리 지금 부시 행정부는결코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강경파들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북한이 지금처럼 행동해 국제사회의 공적으로 낙인이 찍힌다면 그것은 북한을 고립,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시 행정부내 초강경파들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강화해 주는 자살골이 될 것이다.

 물론 북한이 당장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단계는 아닌 만큼 현재의 상황을 곧바로 위기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진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북한은 그들의 보복 능력 때문에 미국이 절대로 자신들을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믿을 터이지만 미국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오만가지의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여러 가지 현실을 직시해 이제 위협 전략을 포기하고 핵시설에 대한 감시를 회복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한편 한국과미국은, 북한의 핵보유 시인-대북한 중유 공급 중단-북한 원자로 동결 해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수레바퀴를 멈추기 위해 하루 속히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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