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이제 끝이 났다. 선거전에 실시된 세 후보들의 텔레비전 토론을 지켜봤지만 모두가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각별한 듯하였다. 그들이 펼치는 국가 경영의 청사진은 무지개빛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그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흑색 선전과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은 이전의 선거와 별로 달라진 게 없었고, 금품·향응 제공도 아주 사라지지는 않은 듯 하였다. 지난 18일 선관위가 밝힌 불·탈법 선거운동 적발 사례는 지난 대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거리유세보다는 인터넷과 방송 미디어 등이 선거운동의 전면에 나오면서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잡았지만, 온라인 상에서도 상대 후보 흠집내기 등의 구태는 여전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자유롭게 토론할 권리를 보장해 주었고 인터넷에 올라온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은 대통령감을 선택할 중요한 정보가 되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선거전은 과거 대선 때의 타락선거와 비교해 볼 때 순기능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인터넷이 새로운 선거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당선자는 우선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 당선자이지 지지자들만의 대통령 당선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에게 투표한 국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들이 원하는 것 역시 우리나라의 진정한 발전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자기당, 자기 지지자들만 생각하지 말고 전체국민의 뜻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낙선자들이나 그가 속한 당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한다. 승자의 패자에 대한 관용은 어느 사회에서나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당선자가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일은 역대정권의 실패가 대부분 인사정책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창출을 전리품쯤으로 인식하고 지지세력만을 중용하거나 섣부른 지역, 세력안배를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됐는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과 세력 간 안배를 배제하고 능력 위주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는 파격이 요청된다. 필요하다면 반대편의 인재도 맞아들이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당선자는 보복을 하지 않고 상대편 인재도 등용할 줄 아는 후보임을 강조해 왔다. 아마도 유권자들은 그 말을 믿고 선택했음직하다. 국민들은 편파적 대통령을 결코 원하지 않지만 또한 자신의 너그러움만을 자만하는 대통령도 경계한다. 왜냐하면 자만이 독선을 낳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선거열풍 후유증에서 벗어나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앞으로 정책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자신이 열렬히 지지했던 후보가 비록 낙선했다 할지라도, 득표의 차이에 상관없이 결과에 승복하고 나라의 역경을 이겨내는 대열에 동참하는 자기억제와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의 위대한 힘이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선거가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원동력이 되기보다는 그 반대로 "한국사회 만병의 근원"으로 지탄받아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거 총선과 대선에서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쓰느라 경제가 어려워졌음은 물론 정경유착이 구조화되면서 새로 출범한 정권의 발목을 잡고, 모든 부정부패의 원천이 되었다. 뿐만아니라 과거 대선은 지역감정의 첨예한 대립, 행정관권선거, 불법 타락선거, 북한변수로 인한 북풍문제, 금권선거 등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제기시켰다. 이들 문제점들은 각각 거기에 상응하는 문제를 확대재생산하여 선거로 인해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의식 등 각 분야의 새로운 악을 만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 왔던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당선자측, 반대편측, 국민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나라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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