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삶에 녹아있는 고래(남구)

▲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25일 서울에서 열린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에서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했다.
관광객 ‘관경선 운영·해양레포츠 시설’ 필요성 제기

일본 대표적 포경마을이었던 다이치정 본보기로 삼아

고래음식문화·역사자원 활용한 이야기 상품화 시급

공업탑로터리~신여천사거리 등 테마거리 조성도 필요

고래도시 울산에서 남구는 중추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남구 장생포는 지난 7월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돼 세계적인 고래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899년 러시아의 포경전진기지 설치 이후 상업포경이 금지된 1987년까지 고래도시로 누렸던 영화를 문화체험형 고래특구로 부활시킬 수 있게 됐다.

이미 고래박물관과 고래연구소 등의 관련 시설을 갖춘 데다, 돌고래 수족관과 포경항의 삶을 재현한 전시관으로 구성된 고래잡이 옛모습 전시관도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어서 타 지역과 차별화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특화된 시설과 특구 지정이 능사는 아니다. 진정한 고래문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장생포 지역의 낙후된 환경을 정비하고, 관경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도 활성화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삶에 녹아있는 고래’를 테마로 제시한 남구의 비전과 숙제를 소개한다.

◇고래문화특구 성공의 관건은 ‘관경’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을 찾은 관광객들은 고래테마관광도시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시설과 사업으로 ‘관경선 운영과 해양레포츠시설’을 꼽았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관광객의 81%가 관경선을 유료로 승선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이 제시한 평균 지불의사가격은 평균 2만3700원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관경사업을 통해 관광객 유치와 수익 창출 효과를 얻은 지역을 보더라도 남구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 올랜도의 시월드와 디스커버리 코브는 돌고래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테마파크와 관광프로그램을 연출해 환경·생태체험장으로 각광받고 있고, 보스턴 아쿠아리움도 전시사업과 더불어 관경사업을 병행해 한해 100만명에 이르는 관경선 탑승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 지난 8월 휴가철과 여름방학을 맞아 울산고래박물관을 찾은 관광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특히 한때 대표적인 포경마을이었다가 포경 금지 이후 고래관광도시로 변모한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치정은 울산 장생포의 좋은 모델이다.

다이치정은 박물관과 수족관, 고래순치·체험장을 마련해 관광객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고래음식, 풍어제, 포경역사유적 등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지역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다.

이처럼 관경이 고래관광도시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으로 부상함에 따라 남구도 특구 지정과 함께 관경사업을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귀신고래가 지나간다는 ‘귀신고래회유회면’(천연기념물 제126호)에 속한 울산 앞바다에서 관경선을 운행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남구는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260t급 규모의 선박을 지원받아 수리와 개조 등을 마무리한 뒤 이르면 내년 4월께부터 관경선을 운영할 예정이다.

◇고래가 묻어있는 축제와 거리

올해 14회를 맞은 고래축제는 지역의 대표축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장생포 일원에서 열리는 고래축제는 남구의 고유한 지역색이 잘 나타나는 축제로 알려져 있다.

민간단체가 주도한다는 점과 축제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장생포)을 갖췄다는 점에서 전국의 지역축제 가운데 확실한 차별점을 지닌다.

그러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고래 관련 유일한 축제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다는 점, 지역주민의 참여도가 낮다는 점, 고래음식문화의 상품화보다 고래음식 판매에 치중한 점 등을 개선점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고래축제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구상과 연출, 고래문화·역사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이야기) 개발, 지역주민 참여도 제고 등의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시민과 관광객들이 생활 속에서 고래를 체험할 수 있도록 남구지역에 고래를 테마로 한 거리를 조성할 것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주거지가 밀집한 공업탑로터리~신여천사거리 구간은 많은 유동인구를 감안해 고래문화와 예술을 바탕으로 한 도심의 활기찬 테마거리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 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잘 반영하는 신여천사거리~장생포 구간에는 울산이 친환경 산업도시로 변모했음을 알릴 수 있는 테마거리를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 밖에 장생포 순환도로는 고래항구의 상징성을 부여한 고래마을의 거리가, 삼산로 울산역~롯데백화점 울산점 구간은 고래모형 조명과 고래음향시설을 활용한 고래디지털거리가 적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테마거리를 조성하면 고래와 함께 녹지대를 연결해 친환경 고래테마거리 이미지를 구축할 뿐 아니라, 지역민의 삶에 고래가 밀착해 있다는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내다봤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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