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중유 공급 중단 때문에 전력 생산을 위해 하는 수 없이 원자로 재가동에 나선다고 하더니 이제는 전력 생산과는 상관 없는 방사화학실험실의 봉인을 뜯어냄으로써 핵폭탄 제조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이같은 위협이 그 정도를 더함에 따라 상대편 강경파들을 더욱 강화시키고 협상파들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부시대통령의 미국내에서 미약한 목소리를 내던 온건파들도 이제 북한핵의 위험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북 화해 정책을 계승하려는 한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문제 해결의 시간조차 주지않는 북한의 조급하고 거친 압박 전술이 국제사회에서 결코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결국 북한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무력화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만약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미국과의 대결이라면 그들의 목적은 달성되고 있는지 모른다.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이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계속 미국에 대해 돌을 던지고 있으나 이처럼 전쟁 직전까지 몰고가 결국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 낸다는 작전이 과연 그들의 의도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재앙을 자초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지금껏 공들여온 남북 교류와 기타대외 협력의 진전을 후퇴시킬 각오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머리 위에서 북한과 미국간 위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긴장 고조의 결과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것은 바로 우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이라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있다. 북한을 설득하고 국제사회와 공조, 평화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당연한 노력이지만 바로 이 노력을 허망하게 만드는 것이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이다. 북한은 더 이상 위험한 계산법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전쟁이 아니라 생존이라면 그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협상의 토대를 파괴하는 어리석음에서 빠져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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