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하게 노무현을 좋지 않게 다루던 보수언론들도 이제 그의 당선을 만세 부르고 있다. 노무현은 국민경선에서 출발하여 대선 가도에 올랐으나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한 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의 당선은 노무현만의 승리가 아니라, 변화를 갈망해온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의 승리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정치는 참으로 후진적이었다. 우리사회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큰 조류 속에서 생존의 가능성을 찾아서 혁신을 거듭해왔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환골탈태의 과정을 걸어왔다.

 그러나 정치만은 변화를 거부해왔다. 항상 구 시대의 잔재를 답습해왔던 것이다. 이번 대선결과는 이러한 정치권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준열한 비판이다. 동시에 시대변화를 정확히 읽은 정치인에게 준 국민들의 선물이다.

 노무현은 비록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고, 한나라당으로부터 불안한 후보라는 공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국가혁신에 대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예를 들어 동북아의 중심국가론, 지역분권·지방발전론, 미국에 대한 당당한 외교론, 그리고 행정수도 건설 등이 그것이다.

 반면 이회창은 오랫동안 제1당이면서도 국가발전을 위한 그 무엇을 내놓지 못하였다. 아니 그 무엇이 있을지라도 국민들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노무현은 21세기의 새로운 물결에 부응하였지만, 이회창은 이번 선거에서도 지난 지방선거때 써먹은 반 DJ정서에 의존한 네거티브 공격을 주로 하였을 뿐이라면 잘못일까. 아마도 이 시점에서 이회창에게 맞는 속담이 있다면 그것은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라는 말일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는 울산에게도 당과 정파를 초월하여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울산은 젊은 사람 혹은 노동자가 상당히 많지만 보수적인 정서를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원래 사회사상사 혹은 서구 정치사에서 보수는 지켜야할 것을 지키는 것을 가리킨다. 그들의 보수에는 상류계층의 양심과 성실, 사회적 책임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시대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기득권자들의 일종의 억지인 것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도한 역사의 새물결에 침몰하고 마는 것이다. 울산은 이러한 것을 보면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변화의 시대에 변화의 방향을 파악하고 핵심을 추구해야 한다. 이제 누구도 변화의 물결을 거슬릴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제까지 울산은 갈등과 단절의 분위기가 주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울산은 이제 대화를 통해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둘째, 울산은 중앙정부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울산은 전국 시도 중 광역자치단체로서는 가장 늦게 출범했다. 그렇기에 사실 도시발전을 위한 자체적 노하우도 가장 적게 축적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울산은 타 자치단체와 비교하여 중앙부처, 민주당, 그리고 곧 들어설 노무현 정부에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은 면이 있다. 지역발전을 위하여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울산은 현재 지역발전을 위한 많은 부분을 국가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과의 취약한 연결고리는 취약한 울산을 만들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셋째, 노 당선자의 울산지역 공약을 꼼꼼히 점검해야 하고 이러한 공약을 현 시장의 울산시 발전계획과 연관시켜서 발전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노 당선자는 그의 공약집을 통해 울산을 자동차 도시, 쾌적한 도시, 21세기 신산업 도시 등 3개 테마 아래 27개의 공약과 공약별 세부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약이 반드시 이행될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산배분에 있어서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노 당선자의 공약에는 우리 울산의 숙원 사업인 국공립대학의 설립·유치가 제외되어 있다. 이를 포함해 울산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숙원사업을 다시 요구할 수 있는 틀을 갖추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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