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맛과 멋을 찾아 - 혹한 녹이는 겨울축제 ‘손짓’

▲ 구세군 냄비에 딸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소리, 눈 덮인 마당 한 켠의 눈사람, 얼기설기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직도 어릴 적 기억 저편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겨울 영상이다. 지금 부산 고신대학교에 가면 캠퍼스 전체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뒤덮인 광경을 볼 수 있다.
겨울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강추위로 몸의 활동반경이 평소 때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꽁꽁 언 강물처럼 마음도 얼어붙어 바깥 문을 열기조차 귀찮아지는 게 요즘이다. 이맘때 쯤이면 방안의 따뜻한 화톳불 옆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겨울철 먹거리를 찾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문고리 닫아 건 텁텁한 방 안에서 마냥 뒹굴수는 없는 일. 여기다 최근에는 매서운 추위에 맞서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계절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찾고 있다.

겨울철 별미와 멋을 한껏 치장하는 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먹거리축제가 한겨울에도 지천이며 겨울이 아니면 도저히 즐길 수 없는 행사도 움츠러든 사람들을 유혹하며 손짓하고 있다.

축제는 아무래도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오곡백과가 익는 가을이 제격이다. 삭막한 겨울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새롭게 원기왕성한 내일을 준비하는 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겨울축제를 찾아나서고 있다. 봄을 준비하는 겨울처럼 활기찬 일상과 내일을 기약하며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맛과 멋을 찾아 떠나고 있다.

겨울은 더이상 움츠러드는 계절이 아니다. 겨울이 봄을 준비하듯 축제는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고 즐기는 시간이다. 박정남기자 jnp@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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