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가구당 평균 3천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려워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너나없이 주머니도 마음도 썰렁한 세밑이다. 그렇지 않아도 춥고 배고픈 영세민이나 노숙자들의 마음이 이 세밑에 얼마나 스산할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눔의 정을 베푸는 따뜻한 손들이 있어 그나마 세밑의 얼어붙은 마음이 녹는다. 노숙자와 이재민,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된 구세군의 자선냄비에는 올해 12월에도 온정이 넘쳐 지난해보다 3억원 많게 잡은 목표액을 무난히 달성하리라는 관계자의 얘기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일수록 과일사먹기가 쉽지 않다며 불우이웃을 위해 귤 700상자를 내놓은 노점상인도 있고 연내 한푼두푼 모은 돈을 중증장애인들 돕는 데 쓰는 일을 10년째 해온 환경미화원들도 있다.

 우리사회에서 이처럼 남을 돕는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자신도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다. 불우이웃을 돕기는 커녕 과시적 소비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더욱 심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일부 부유층에게는 없는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이같은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그나마 지탱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언제까지 이같은 이들의 인정에만 기댈 것인가. 연말연시나 수해가 났을 때 기업들이 마지못해 내는 준조세성 성금이 기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부문화 실태거니와 이제 우리 국민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의 삶을 일상화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소득의 1%를 떼어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일부에서 "유산 남기지 않기"운동도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나누고 베푸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들의 기부행위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제혜택 등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올 연말연시는 우리 모두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할지라도 마음만이라도 넉넉하게 먹고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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