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철 교통안전공단 울산지사장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주행속도는 제동성능에 따라 좌우되므로 고속주행 자동차는 그만큼의 제동성능이 보장돼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운전자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과신하는 경우가 있다. 즉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는 즉시 정지한다’라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있으며, 특히 초보 운전자의 경우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자동차의 정지거리는 공주거리(空走距離)와 제동거리를 더한 것으로서 공주거리는 운전자가 외부자극에 대한 신체적 반응과정인 ‘지각-인지-판단-조작’의 네 단계를 거치는 시간동안 자동차가 제동하기 전의 속도대로 주행하는 거리를 말하는데 사람의 인체기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0.7~1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시속 100㎞로 주행하는 자동차는 1초 동안에 28m를 주행한다)된다. 시속 100㎞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제동거리는 약 40~50m 정도이므로 아무리 민첩하게 제동조작을 하는 운전자라 하더라도 시속 100㎞에서 급정지를 하게 되면 최소한 70여m 이상을 진행한 후에야 자동차가 완전히 정지한게 된다. 이러한 자동차의 제동장치의 특성을 고려 도로교통법상에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도로를 주행할 때 하나의 물리적 힘을 가진 물체로서 커브길이나 교차로 등에서 회전할 때 원심력이 타이어와 노면과의 마찰저항보다 더 크면 원심력에 의해서 차가 길 밖으로 튀어나가거나 가드레일을 들이 받는 등의 위험성이 많다.

그러므로 고속주행 중에는 브레이크나 핸들을 급하게 조작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커브길 등에 진입하기 전에 반드시 충분히 감속해 원심력의 영향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긴 내리막길 등에서 풋 브레이크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브레이크의 드럼과 라이닝이 과열돼 휠실린더 등의 브레이크 오일 속에 기포가 생기게 되며 이에 따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유압이 전달되지 않아 브레이크가 잘 작동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베이퍼 록(Vapor Lock) 현상’이라 한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풋브레이크를 지나치게 사용해서 브레이크 라이닝이 과열되면 마찰계수가 극히 작아져서 브레이크가 듣지 않게 되는 현상을 ‘브레이크 페이드(Break Fade) 현상’이라 한다. 이러한 베이퍼 록과 페이드 현상은 긴 내리막길 등에서 풋 브레이크보다는 엔진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폭우 등으로 인해 빗물이 고여 있는 도로를 고속으로 주행하면 타이어 그루브 사이의 배수기능이 감소돼 타이어가 노면으로부터 떠올라 물위를 미끄러져 마치 수상스키를 타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되는데, 이를 ‘수막현상(Hydro Planing)’이라 한다. 수막현상은 보통 시속 80㎞ 정도의 고속에서 발생하며, 수막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빗길주행시에는 저속운전과 함께 타이어의 공기압을 높게 하고,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급하게 조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타이어가 회전할 때에는 전체 둘레에 걸쳐서 변형과 복원이 반복된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해 타이어의 회전속도가 빨라지면 접지부에서 받은 타이어의 변형이 다음 접지 시점까지도 복원되지 않고 접지의 뒤쪽에 진동의 물결이 돼 남는데, 이러한 현상을 ‘스탠딩 웨이브(Standing Wave)’라고 한다. 스탠딩 웨이브가 발생된 상태에서 계속 주행하면 자동차의 가속성이 저하돼 자동차의 속도증가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게다가 타이어의 온도는 급격히 상승해 불과 몇 분 사이에 타이어가 파손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을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항상 제한속도 내에서만 주행하고 승용차의 경우 타이어 공기압을 규정치보다 0.2∼0.3㎏/㎠ 높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자동차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게 운전할 경우 우리의 안전은 더욱 보장될 수 있다. 자동차의 운동특성을 고려한 안전운전에 관한 지식과 방법을 이해, 체득하고 실천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현철 교통안전공단 울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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