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가 집권 청사진과 정치철학을 밝히는 자리에서 청탁폐해 근절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에서 나온 노 당선자의 이런 언급은 집권당 인사들의 마음가짐에 대한 강력한 주문인 동시에 지연,학연,혈연 등 우리사회의 연고주의와 이른바 "줄대기 문화"에 대한 경고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특히 다소간 격하다는 느낌까지도 주는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인사청탁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기업들의 청탁에 대해서도 "살아남지 못하도록 엄청난 타격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사실 청탁의 폐해에 대해선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능력과 실적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조직의 능률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구성원간 갈등으로 끊임없이 알력과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원천이었다. 위에서는 낙하산 인사요, 아래에서는 새치기 인사가 밥먹듯 이뤄지는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리가 없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안면으로, 알음알음으로 수주와 각종 기업활동상의 편의가 제공되는 불공정 경쟁환경에서는 어느 기업도 효율향상과 기술혁신에 투자할 의욕을 가질 수 없다. 연고주의와 편법이 횡행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고, 과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줄을 대기 위해 너도나도 바삐 뛰는 어이없고 천박한 사회행태를 어김없이 되풀이 목도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줄대기 문화는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중의 하나로 고착화된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짚어보면 청탁폐해 근절을 위해서는 단순히 선언적 경고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사실이 확연해진다. 겉으로는 급속한 현대화 과정을 밟아왔지만 전통사회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사회의 2중적 구조로 인해 연고주의와 청탁문화는 하루아침에 혁파하기 어려운 복잡한 배경을 깔고있다. 이런 점에서 청탁과 줄대기 풍토의 근절은 확고한 제도적 바탕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친인척에서부터 권력핵심부 인사에 이르기까지 어떤 인사나 이권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신뢰의 바탕위에서야 연고주의 배제는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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