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닥친 현대차 ‘혼류생산’ 가능할까

설비공사 들어갔지만 실제 차량 투입여부는 미정

▲ 경기불황 여파로 2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공장이 장기 휴무에 들어가면서 이 공장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정지된 가운데 혼류 생산설비 공사로 인해 비닐에 싸인 싼타페 차량들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현대자동차가 불황 속에 혼류(混類)생산 시행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차는 26일부터 싼타페와 베라크루즈 등 대형 레저용(RV) 차량을 생산하는 울산공장 2공장에 1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다차종 생산합리화 공사를 한다.

현대차는 일단 공사를 시작하지만 실제 차량 투입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혼류생산은 차량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고 고용안정에도 효과가 예상되지만 현대차의 경우 물량축소는 임금감소로 직결되는 탓에 물량을 내주기 싫어하는 각 공장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005년 이후 수차례 걸쳐

혼류생산 시도 있었지만

노조반발 차량투입 무산

‘일자리 나누기’로 전개 가능

차 판매량에 따라 희비 교차

불합리 관행 개선 여부 촉각

◇번번이 무산된 혼류생산=현대차는 지난 2006년부터 클릭과 베르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이 수년째 차량 판매부진으로 물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자 아산공장의 쏘나타 물량 이전을 추진했다. 지난해 2월에는 1공장에 쏘나타 생산시설까지 설치했으나 실제 물량 투입은 아산공장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울산 1공장 노조는 올해 3월 물량감소로 근로시간이 줄어들자 “회사가 노사합의로 약속한 주야간 10시간 근무와 월 2번의 휴일특근을 보장하라”며 2시간동안 라인을 정지했다. 이에 회사는 1공장 노조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노사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또 2005년 울산 4공장 스타렉스 판매가 급속히 줄어 주간조가 4주나 휴가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 당시 판매호조로 연장근무와 특근을 하던 1공장과 3공장(아반떼)의 물량 일부를 4공장으로 이전하려 했으나 일부 대의원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공장별 물량격차로 노사·노노 갈등이 불거지자 노사 합의로 올해 4월 물량조정노사공동위를 가동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 이기주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물량 이전에 따른 임금감소와 고용불안 우려가 근로자 의식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위기 속 혼류생산 가능성은=기아차는 지난 20일 대형 RV차량인 모하비·쏘렌토 라인에 준중형차 포르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공사에 들어갔으며, 12일부터는 카니발 생산라인에서 소형차인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혼류생산에 착수했다. 기아차 측은 “불황에도 수요가 늘고 있는 포르테나 프라이드 등 소형차를 전격 투입해 라인간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극심한 차량 판매부진으로 이달 들어 정취근무(8+8시간)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혼류생산 설비공사가 실시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 노사는 어떤 차종을 위한 설비공사이며, 실제 차량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으나 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차량이 실제로 투입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울산 1공장에 물량 이전을 반발했던 아산공장이 쏘나타 판매 급감으로 내년 1월4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차량 판매에 따라 같은 현대차 근로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불합리한 관행이 사상 최악의 불황이라는 위기 속에 개선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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