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겨울산행

내년 2월까지 성판악·관음사코스 정상 등반만 허용
완만한 윗세오름 트레킹코스 어린이·노약자도 ‘거뜬’
방수·방한·방풍 기능 등산복 준비…아이젠은 필수
급변하는 기후 등산로 폐쇄 잦아 출발 전 문의해야

한라산 겨울 산행은 요즘이 적기다.

해발 1000m 이상은 발목이 빠질 정도로 눈이 쌓였다. 백록담 분화구도 ‘녹담만설’의 절경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산 밑 날씨가 좋아 도로 통제로 낭패를 볼 걱정도 없다.

한라산의 또 하나의 신비인 사계를 느끼기에도 요즘이 제격이다.

낮에는 산밑이 봄처럼 훈훈하지만 산을 올라갈수록 가을과 겨울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 눈 덮인 백록담.
■ 성판악코스 완만 겨울산행 제격

백록담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두 곳이 기점이 된다. 주로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올라 관음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코스마다 입산 허용시간이 있다.

적설기를 맞아 내년 2월까지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를 이용한 정상 등반이 허용되고 있다.

겨울철 등반은 성판악에서 출발해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된다.

성판악 코스는 거리가 길지만 경사가 완만한 평지이고 관음사 코스는 성판악보다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심해 산행시간이 왕복 30분~1시간 더 소요된다.

윗세오름을 중심으로 한 드넓은 평원엔 장쾌한 설원이 펼쳐졌다.

하늘을 빼놓고 온 천지가 하얀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포근하다.

관음사의 설경은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용진각에서 바라보는 왕관릉과 삼각봉의 설경이나 왕관릉~백록담 구간의 설경은 황홀하기 그지 없다.

고단한 산행 끝에 오른 산 정상에서 내뱉는 함성 후엔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다.

▲ 백록담에 오른 등반객들.
황홀한 비경 속을 가르며 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겨울 산행은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벅찬 희열을 안겨준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와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동시에 느끼는 맛도 겨울산행의 묘미다.

설경 속에서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새해 소망도 다짐해 볼겸 한라산 겨울산행에 나서 보자.

■ ‘한라산 트레킹’ 관광상품화

제주도는 대도시 관광객을 겨냥한 ‘겨울 한라산 트레킹’ 관광상품을 이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한라산 트레킹 관광상품은 한라산 백록담과 윗세오름을 오르는 두 가지 코스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발원지인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을 트레킹하는 코스 등 모두 세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백록담 트레킹 코스는 성판악에서 출발해 속밭, 사라악, 진달래밭을 지나 백록담까지 편도 9.6㎞를 왕복한다. 용진각, 개미목, 탐라계곡을 지나 관음사 야영장 쪽으로 8.7㎞ 하산하는 코스도 포함된다. 8~9시간 정도 걸린다.

윗세오름 트레킹 코스는 어리목에서 출발해 사제비동산, 만세동산을 지나 윗세오름까지 편도 4.7㎞를 왕복한다. 병풍바위를 지나 영실휴게소 쪽으로 3.7㎞ 거리를 하산하면 된다. 3~4시간이면 가능해 노약자나 어린이들도 참가할 수 있다.

거문오름 트레킹 코스는 조천읍 선흘2리 노인회관에 마련된 거문오름 트레킹위원회 사무실을 출발, 거문오름 정상과 분화구 곶자왈(천연원시림)지대 5.5㎞ 구간을 걷게 된다. 자연유산 전문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3시간 가량 장쾌한 설경과 화산 분출로 생성된 거문오름의 특이한 지질, 원시림을 감상할 수 있다.

▲ 한라산 등반객들이 운해를 배경으로 하산하고 있다.

■ 안전한 겨울산행 가이드

겨울 산행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른 일몰과 예기치 않은 기상 변화, 체력 소모로 인한 저체온증이 겨울산행의 복병들이다.

겨울에는 해가 짧고 눈이 쌓이면 산행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걸리기 때문에 해지기 2시간 전에는 산행을 마쳐야 한다.

급작스런 기상변화에 대비해 방한·방풍 처리가 잘 된 등산복을 준비하고 등산화는 보온성과 방수성이 좋고 조금 큰 것을 고른다.

얼음이 있는 곳에서 미끄럼을 방지해 줄 아이젠은 필수품. 초보자가 쓰기엔 탈·부착이 간편한 네 발 짜리가 무난하다.

또 발이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스팻츠와 스틱,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 등도 챙기는 게 좋다.

겨울 산행은 체력이 빨리 소모되므로 초콜릿, 귤 등 고칼로리 식품이나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 자주 먹어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라산은 급변하는 기후 때문에 수시로 등산로를 폐쇄하는 경우가 많아 산행 전 관리사무소(064·742·3084)에 문의하는 게 좋다.

성판악→백록담→관음사(8시간), 관음사→백록담→성판악(9시간), 영실→윗세오름→어리목(3시간20분), 어리목→윗세오름→영실(3시간20분)

글=차형석기자 stevecha@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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