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훈찬 전교조 울산지부장
소위 수장 공백 사태를 끝내고 김상만 교육감 체제가 출범한지 1년이 됐다. 계층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교육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지만 김 교육감의 1년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심각한 문제점 또한 남기고 있다.

민선 단체장 시대를 평가하는 틀로서 빠지지 않는 것은 이른바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실적 우선주의이다. 현재의 울산교육청은 짧은 임기동안에 완수해야 할 실적에 대한 압박감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울산외고 신설 과정에서의 여러 시행착오 역시 일종의 성과주의에 기인한 것이고, 원어민교사 배치 역시 학기 중에 무리하게 강행함으로써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특히 실적 홍보에 대한 부담감으로 국제고 등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언론에 먼저 공표하는 방식이 반복돼 울산교육계를 논란과 갈등의 장으로 몰고 간 점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소통의 부재이다. 김 교육감은 본인과의 정책적 차이가 있는 집단 등은 대화조차 거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육계 수장은 교육적 철학이 다른 세력과도 토론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교육감의 교육현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외부는 물론 교육청 내부에서도 소통의 부재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육감이 2008년은 자신을 지지한 30여%의 유권자의 뜻을 충실히 반영했다면 2009년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60여%에 대해 소통하고 정책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들을 기대해본다.

세 번째로는 김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학력신장으로 대별되는 소위 입시교육에만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교육감이 포괄해야 할 교육환경 개선이나 급식, 인성교육, 특수교육 등의 전반적인 교육영역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친환경 급식,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공정한 인사제도 수립 등등에 그동안 지적돼온 울산교육의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떨어진다. 이런 점을 의식하듯 매번 ‘인성교육 강화’ 등을 표명하고 있으나 입시 스트레스로 학생이 과로사하는 현실에서 인성교육 강화가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김 교육감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는 학교장에 대한 권한 강화에만 집착해 일선학교를 혼란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 전부터 교육전문가들은 김 교육감이 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관료(학교장) 중심의 행정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왔다. 2008년 울산교육계 최고의 수치로 기록될 방과후학교 관리수당 사태, 학교장의 측근을 쉽게 포진시킬 수 있는 교사초빙제, 특별내신강화 등이 단적인 예이다. 결국 교육감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부패, 혹은 무능한 교장에게도 칼날을 쥐어 준 형국이 됐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퇴직 교장의 교육청 내 진출 등과 맞물려 교육감이 교장단협의회 회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독설들도 떠돌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교육감과 교장들만 19세기 사고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서울교육감 따라 하기 등에 대한 지적도 많다. 단체협약 해지, 역사교과서 변경 등으로 과도한 홍역을 앓고 있는 곳은 서울과 울산의 2개 지역이다. 특히 집권당의 교육정책을 지나치게 앞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 교육감의 행보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울산교육청의 지난 1년은 울산지역 출신의 첫 민선교육감이라는 점에서 전교조를 제외한 울산교육계가 대체적으로 동조 혹은 묵인하는 형국을 보여 왔다. 그러나 남은 1년 반은 올해와 유사한 형식으로 갈 것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지금의 교육집권 세력의 연대가 정책적 연대가 아닌 세력 간 연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김상만 교육감은 울산교육계 내부에서는 상대적으로 합리성을 갖춘 인사로 인식돼 왔다. 김 교육감이 나름대로 합리성을 유지한 최초의 민선교육감으로 남을지 아니면 교육을 파탄내면서 정치적 입지를 넓혀간 정치인 김상만으로 남을지는 온전히 교육감 자신의 몫이다.

동훈찬 전교조 울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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