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겸 울산시 남구청장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경제성장 추진정책으로 국민 다수는 어느 정도의 생존권을 보장받게 됐고, 국가의 부의 축적도 상당히 신장돼 선진국의 대열에 끼게 됐다. 특히 울산은 우리나라 근대 공업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오면서 GRDP가 4만달러,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 부자 도시가 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탓에 문화생활을 영위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적어지면서 ‘문화 불모지’란 불명예를 안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까지의 도시 형성이 경제적 효율성의 강조로 ‘생존의 장’을 추구했다면, 이제부터는 인간·복지·문화 등이 중시되는 ‘생활의 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른바 도시의 문화적 수준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먹고 살기에 바빴던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내 문화생활을 즐기기엔 준비도 안됐을 뿐더러 문화프로그램이나 공간도 부족하다. 높은 수준의 문화적 삶의 질 보장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자치단체가 나서 장기간에 걸친 계획과 투자, 실천 등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 남구는 40년 동안 철책에 갇혀 있던 선암댐 수변공원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도심속 60리 산책로인 ‘솔마루 길’을 탄생시켰다. 또 매년 장생포 고래축제에 많은 예산을 투입, 축제의 내용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시민들 곁으로 찾아가는 ‘거리음악회’, 선암댐수변공원 호수문화축제와 연꽃 가요제, 어린이러브페스티벌, 남구민 건강축제, 각종 걷기대회 등을 열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주민들에게 문화의 향수를 달래주고 잠시나마 뒤를 보게 하는 여유의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듯 단순히 문화 욕구만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해줌으로써 체감행복 즉 ‘생활의 장’을 추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문화행정’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런 노력이 수반돼야 주민 스스로가 문화를 찾고 즐기면서 몸에 문화의 향기가 배게 된다.

이미 스페인의 빌바오와 동경, 뉴욕 등은 창의의 원천인 문화를 통해 도시발전과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북경은 아시아 최대의 예술촌 조성을 서두르고 있으며 홍콩도 ‘문화산업 없이는 국제금융허브는 어렵다’라는 일념아래 주롱반도 서부지역에 대단위 전시장과 박물관 등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청계천 신화를 이룩한 서울도 이미 도시전체에 문화의 옷을 입히며 각종 문화공연과 전시회, 축제 등에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를 통해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연습과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진정한 도시발전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생활을 비롯한 체감행복을 주민들에게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 오늘의 자치단체 의무이다.

그래서 우리 남구는 2009년에도 삼산동 현대백화점과 울산대 바보사거리 일원에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심’, 사람 중심의 도시디자인 시범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또 여천천에 노천카페와 문화거리를 만들고 여천천의 물을 도심으로 끌어들여 삭막한 도심 속에 큰 거랑을 만나보게 하는 문화적 여유를 시민들에게 느끼게 해주려고 한다.

아직도 문화에 대한 투자를 낭비라 생각하는 곱지 않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갈택이어(竭澤而漁)의 누를 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일컫는다. 요컨대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과 실천도 도시 발전의 백년지대계라 아니 할 수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다. 백년지대계를 십년지대계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조바심을 갖기보다는 백년지대계에 맞는 좀더 멀고 넓은 시야로 울산의 문화성장을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때다.

김두겸 울산시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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