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가 있는 영남알프스 하루산행 - ① 억산 범봉

▲ 억산 정상에서 북쪽 청도방향으로 내려다 보이는 대비지 저수지 풍경.
석골사 고즈넉한 아침정취 느끼며 시작하는 산행 일품

이른 봄엔 복수초부터 노루귀꽃·각시붓꽃도 고개 들어

숲으로 둘러싸인 정상 영남알프스 웅장한 산세 한눈에

울산의 서북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지산, 재약산, 신불산, 영취산, 고헌산, 간월산, 운문산, 문복산 등 1000m가 넘는 고산준봉은 유럽의 알프스 처럼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답다고 해 ‘영남알프스’로 불려지고 있는 명산들이다.

이 영남알프스에는 사계절 어느 산을, 어느 계곡을 가더라도 아름다운 풍경과 비경을 조망할 수 영남 지역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봄·여름에는 신록과 녹음이 어우러진 계곡과 폭포의 비경을, 가을이면 산야를 불태우듯 검붉게 물든 단풍물결과 은백색의 억새평원을, 겨울에는 상고대가 만들어내는 눈꽃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본보는 <영남알프스 하루산행>의 저자 오의석씨를 길라잡이로 산행을 시작한 뒤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영남알프스 하루 산행 코스와 함께 산 골짜기 마다 피었다 지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겯들여 소개해 본다.

억산(億山, 922m)은 밀양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의 서쪽능선을 따라 운문산-억산으로 이어진다. 산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는 몇 번은 가봤을 만큼 많이 알려져 있는 산이다.

남북으로 깊고 긴 계곡과 곳곳에 수놓은 암봉들 그리고 정상에는 일명 ‘깨진바위’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솟은 장엄한 산세를 지니고 있으며 정상에서의 시원스런 조망이 일품이다. 남쪽산 기슭에는 석골폭포와 함께 석골사가 있고 북으로는 천년고찰 운문사와 대비사가 자리하고 있다.

산행이 시작되는 석골사의 고요한 아침정취가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석골사 뒤편에 우뚝 솟은 수리봉에는 아침햇살이 따뜻하게 비치고 있다. 산행방향은 석골사~범봉남릉~범봉정상~팔풍재~억산정상~석골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코스를 선택한다.

범봉 남릉은 억산의 험준한 산세와 깊은 계곡 그리고 밀양시 산내면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시원스런 조망이 있는 산등성이를 오르게 된다. 석골사를 지나 상운암계곡을 따라 운문산 방향으로 오른다. 완만한 오르막길로 억산 갈림길을 지나고 밧줄이 있는 오르막길과 전망바위를 두 번 지나면(첫 번째 전망바위에서 계곡너머 마주보이는 바위를 치마바위라 불린다) ‘범봉1.36km’ 이정표가 있다.

‘범봉’ 이정표 방향으로 5분쯤 가다가 우측으로 휘어지는 곳(치마바위와 마주하는 곳)에서 오른편 오르막길을 오른다(자칫 지나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함). 범봉 남릉 오르막 산등성이가 시작되는 곳이다. 범봉 정상까지는 두시간쯤 올라야 하지만 까마득히 보이는 깊은 계곡과 수리봉 문바위 그리고 억산 정상의 깨진바위가 보이는 시원스런 조망이 있어 한결 발걸음이 가볍게 해 준다.

아스라한 절벽에 선 소나무가 있는 그림같은 풍경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곳곳에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서서 시원스런 풍광을 즐기면서 오를 수 있다. 범봉 정상에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억산1.7km 운문산2.8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억산 정상까지는 팔풍재에 이어 깨진바위 아래를 지나게 되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상에 다다른다(팔풍재에서 석골사로 하산할 수 있음).

▲ 석골사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

억산 정상에서 보는 시원스런 조망이 일품이다. 동쪽으로는 운문산을 비롯하여 멀리 가지산과 함께 검푸르게 솟은 영남알프스의 장엄한 산세가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깊은 계곡 아래로 유서깊은 사찰 대비사와 대비지가 까마득히 보인다. 대비사는 억산북쪽 산기슭에 고즈넉이 자리한 사찰로서 오랜 세월을 머금은 유서깊은 사찰로 전해지고 있다. 계곡 끝자락 아득히 ‘마하반야바라밀…’의 조용한 울림이 들리는 듯 하다. 겨울산행이라 정상에서 머무는 시간도 잠시, 힘들게 올랐지만 아쉬운 듯 정상을 뒤로하고 하산한다. 하산방향은 팔풍재(1) 또는 ‘석골사3.3km’(2)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비교적 먼 거리지만 사자봉-수리봉(3)코스로도 하산할 수도 있다. (1)코스는 팔풍재에서 하산하게 되는데 떡갈나무와 갈참나뭇닢이 수북히 쌓인 호젓한 계곡길이며 (2)코스는 ‘석골사3.3km’방향으로 가다가 갈림길에서 왼쪽편길을 선택하면 비탈길로 하산하게 된다.

■ 산행길에 만나는 야생화

영남알프스 산행의 또다른 묘미는 사계절 아름다운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3월부터 11월경까지 계절마다 형형색색 많은 야생화들이 피고 진다. 바람꽃처럼 며칠동안 잠시피었다 져버리는 꽃이 있는가 하면 1~2개월 계속 피어있는 꽃들도 있다. 야생화는 대개 ‘풀꽃’을 일컫는다. 풀은 거대한 산에 비하면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산에 풀이 없으면 산이 되지 못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풀은 꽃으로 산을 수 놓는다. 풀은 곧 산이 된다. 풀꽃은 겨울이 채 가시지 않는 3월초순이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는데 이른 봄 가장 먼저 핀다는 복수초에 이어 노루귀, 얼레지, 현호색, 노랑제비꽃, 구슬붕이, 홀아비꽃대 등등 저마다의 몸짓으로 봄을 연다.

복수초처럼 흔치 않는 풀꽃도 있지만 산행길에 쉽게 볼 수 있는 풀꽃들도 아름답지 않는 꽃은 없다. 억산 범봉은 바위 산등성이라서 많은 야생화들은 볼 수 없지만 가끔 수북히 쌓인 떡갈나뭇닢 사이로 봄의 전령사가 얼굴을 내민다.

산기슭 양지바른 풀밭에 빠알간 입술처럼 고개든 광대나물, 꽃받침이 흡사 노루귀를 닮은 노루귀꽃, 풀숲에서 하얀 별처럼 고개든 개별꽃 등을 만난다. 4월이면 청아한 하늘빛 구슬붕이, 제비가 돌아올때 핀다는 제비꽃, 새각시처럼 고운 각시붓꽃 등등… 아름다운 풀꽃들이 산행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3월이 오면 풀꽃들의 위대한 향연이 시작된다. 머지않아 봄이 열린다.

■ 원점회귀산행코스

석골사주차장-범봉남릉-팔풍재-범봉정상-팔풍재-억산정상-석골사 약 9~10km 6~7시간

■ 산행들머리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24번국도) 도로변에 ‘석골’표석 방향으로 들어가서 마을길이 끝나는 곳 석골사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영남알프스 하루산행> 저자 오의석

<영남알프스 하루산행> 저자 오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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