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벽등반

▲ 경북 청송 얼음골 인공빙벽.
신불산-영취산 중간지점 금강폭 울산 인근 산악인 즐겨찾아

안전장비 확보 기본 … 추락·낙빙 대비한 체계적 교육은 필수

초보자도 한 시즌 기초학습 후 난이도 조절해 등반할 수 있어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울산을 비롯한 국내 주요 계곡과 폭포의 물줄기가 얼어붙어 거대한 빙벽이 형성됐다. 이 빙벽은 겨울철 자연의 신비가 빚어낸 거대한 얼음꽃으로,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여 정도 전국의 계곡을 거대한 빙볍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요즘은 기후변화로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고, 계곡의 수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빙벽등반 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빙벽등반은 겨울 한 철에만 즐길 수 있는 고급 레포츠로, 전문 산악인들 사이에선 암벽등반과 함께 최고의 기술등반 과정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백산악회(회장 이동대)가 추천하는 영남권 주요 빙폭은 영남알프스 신불산의 금강폭·홍류폭·삼단폭을 비롯해 재약산의 학암폭·층층폭·무명폭·홍룡폭, 간월산의 안간월폭, 영취산의 금강폭, 밀양 얼음골의 가마불폭(암가마불·숫가마불)·선유폭, 운문산의 선녀폭, 무지게폭 등이다.


이 가운데 울주군 삼남면 신불산과 영취산 중간의 아리랑고개 아래 위치한 금강폭은 총 길이가 110m가 넘는 4단폭포다. 울산 근교에서 가장 먼저 결빙되는 폭포로, 울산과 부산지역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얼음층이 두껍고 청빙해 클라이밍시 확보물 설치가 용이하다.

재약산 고사리분교 인근에는 너비 8m 길이 40m의 학암폭이, 얼음골에는 너비 4m, 높이 40m의 암가마불과 너비 5m , 높이 30m의 수직폭포인 숫가마불도 있다. 규모는 다소 작지만 영남권 빙벽 등반가들에게는 각광받는 빙폭 가운데 하나다.

운문산 선녀폭포는 하단 너비 8m, 높이 30m, 경사도 80도로 좌우벽 2개가 나란히 있어 인원이 몰리더라도 나눠서 등반이 가능하다. 상단부분은 높이 60m로 영남알프스 최장, 최고 난이도를 자랑한다. 밀양 석골사 윗쪽의 선녀폭포 역시 높이 40m, 경사도 80도로 프론트포인팅 기초기술을 익히기 좋은 빙폭이다.

간월폭포와 홍류폭포도 길이가 짧고 경사도도 완만해 초보자들이 프론트 포인팅기술을 익히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 계곡의 수량이 예년부터 현격히 줄어들어 빙질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울산지역을 벗어나면 빙질이 더 좋고 규모도 큰 빙폭을 만날수 있다. 동양 최대의 빙폭인 설악산 토왕성폭(길이 320여m)과 설악산 대승폭(길이 100m)·소승폭(길이 100m), 춘천 구곡폭포, 그리고 용대리 매바위 인공빙폭, 원주 칠봉 인공빙폭, 영동 송천 인공빙폭, 청송 얼음골빙벽 등에도 산악인들이 몰리고 있다.

인공빙폭의 경우 빙질이 좋을 뿐 아니라 너비가 넓고 높이도 높다. 여기에다 다양한 길이의 코스에서 난위도별로 즐길수 있어 초보자 기술연습 뿐 아니라 빙벽 마니아들에게도 천연 빙벽 보다 더 안전한 빙벽등반 코스로 활용된다.

빙벽 등반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장비’와 ‘기술’이다. 빙벽장비와 기술 요건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높고, 사고 발생시 자신 뿐만 아니라 동료 동반자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까닭이다.

▲ 충북 영동의 송천인공빙벽. 사진제공=한백산악회

빙벽장비는 아이스바일 2자루, 빙벽화, 프런트포인트가 돌출된 아이젠, 스크류 설치나 회수할 때 사용하는 아이스 해머, 헬멧, 자일, 확보줄, 하강기, 장갑 등이 필수 장비다. 빙벽 등반에 앞서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선택해 잘 다루고, 기술을 습득하지 않으면 자칫 사고를 부를수도 있다.

빙벽등반이 고급 레포츠로 불리는 것은 장비가 그만큼 고가이기 때문. 아이스 바일은 한자루에 보통 30만원, 빙벽화는 50만원, 빙벽용 아이젠은 20만~40만원이나 나가 일반인이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산악회의 경우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대물림하는게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한백산악회 정구인 실내암장 센터장은 “초보자들이 고가의 빙벽장비를 한꺼번에 장만하기에는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산악회 선배들이 활용한 장비를 후배들에 관행적으로 물려주고 있다”면서 “초보자들은 한시즌 정도 기초교육을 받으면 이듬해에 난이도를 조절해 암벽등반을 즐길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필수장비가 확보됐다면 체계적인 빙벽 등반기술을 배워야 한다. 초보자들은 길이 10­20m의 짧은 코스에 연습한 뒤 점차 난이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강한 바람과 눈, 거리에 따른 시간과 체력 소모 등의 장애요인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빙벽 기술교육은 초보자와 고참 모두에게 안전을 확보해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선배 산악인들은 초보 후배들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빙폭 아래에서 자일을 잡아주는 확보자 역할을 기꺼이 해 준다. 만약 앞서가던 등반자가 잘못돼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선배 확보자가 잡아주는 줄은 목숨을 구하는 생명줄 역할을 한다. 빙벽에 성공한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은 빙벽등반의 한 문화로 잡리잡았다.

한백산악회 김제만 홍보담당은 “장비를 착용하고 난뒤 아이스바일을 사용하는 손동작과 아이젠을 발로 찍는 연습을 충분히 한뒤 빙벽을 올라야 한다. 빙벽 등반시 얼음을 잘못 찍으면 깨져 낙빙으로 인해 본인은 물론 뒤따라오는 사람까지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만큼 버섯처럼 튀어난 부분을 피해 포인트를 잡아갈 것”을 당부했다.

그는 “바일로 빙벽을 올라갈때는 추위는 물론 두려움까지 잊게 될 정도로 정신집중을 하게 된다. 빙벽 등반을 성공한 뒤에 땅에 발을 내디뎠을때는 내가 저기를 무사히 올라갔구나 하는 행복감과 성취감, 다음에 다른 것을 도전해 보겠다는 목표의식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