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다문화 이해교육­결혼이민자가 나선다

덕신초등학교, 방학동안 학생들 대상 ‘일본어 교실’ 마련

결혼이민자 야마다 요꼬씨 강사로 나서 이색 다문화 교육

딱딱한 수업 대신 한-일 학교생활 등 소개로 흥미 북돋워

울산에서는 덕신초등학교와 옥성초등학교가 다문화 이해교육 정책연구학교로 지정돼 있다. 그 중 덕신초등학교는 방학동안 일본어 교실을 열고 있는데 결혼이민자여성이 직접 강사로 나섰다.

그는 결혼이민자여성이면서 동시에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생생하게 이뤄지는 다문화 이해교육을 살펴본다.

“일본은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조금 부족한 거 같아요.”

방학 중인데도 덕신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10여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다.

강단에서 일본의 초등학교 전경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열띤 강의를 펼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결혼이민자인 야마다 요꼬(여·42)씨.

야마다 요꼬씨가 일본어 수업에 나선 것은 다문화 이해교육 정책연구학교로 지정된 덕신초등학교가 방학을 맞아 일본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과 일본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해 방학교실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는 일본어 수업은 1~3학년 저학년과 4~6학년 고학년으로 나눠 약 2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수업에서는 일본의 초·중·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같은 또래 일본 친구들의 운동회는 어떻고 또 학교 시설은 어떤지 많이 궁금했던지 야마다 요꼬씨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야마다 요꼬씨의 설명이 계속됐다.

“일본의 학교에는 수영장이 있는 곳이 많아요.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가 조금 드물다는 게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자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도 수영해 보셨어요? 저건 선생님 학교에요?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되셨어요?”

야마다 요꼬씨는 한 명 한 명 학생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일본에서 살았던 기억을 더듬어 대답했다. 결혼이민자라고는 하지만 여느 선생님 못지 않은 실력으로 학생들에게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해 가르쳤다.

야마다 요꼬씨의 일본어 수업을 듣다보면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모국인 일본은 ‘일본’이라 말하고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우리나라’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야마다 요꼬씨는 아직 귀화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으로 건너와 산지 1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 이제 ‘우리나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렇게 1시간 동안의 수업이 끝나도 학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 학생이 일본어로 된 만화 잡지를 가지고 야마다 요꼬씨에게 모르는 단어를 묻기도 했다.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는 6학년 박기연 학생은 “딱딱하게 일본어만 가르치시는 게 아니라 일본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너무 재밌다”며 “처음에 학생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선생님 이름을 보고 일본인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단 생각에 신청했는데 배우길 잘 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혼이민자로부터 수업을 들은 박기연 학생은 다문화가정 친구들에 대해 “같은반에 다문화가정 자녀인 친구가 없긴 하지만 다른 점은 없다. 그냥 다 좋은 친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야마다 요꼬씨는 수업 준비에도 많이 신경쓴다. 일본인에게 직접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아이들에게는 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에서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것이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 이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꼭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선생님이지만 야마다 요꼬씨가 학교 강단에 서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야마다 요꼬씨는 다문화가정이면서 동시에 다자녀가정이기도 하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각 1명, 초등학생 4명과 올해 6살이 되는 아이까지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일곱 아이들의 엄마로서 하나하나 챙기며 또 다른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버겁다. 또 야마다 요꼬씨는 처음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모르는 말도 많아 한국사회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아이들의 학교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 특히 일본인,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시선들 때문에 더 힘들었다.

하지만 야마다 요꼬씨는 어느 정도 한국어가 늘고 문화에도 익숙해지면서 생각을 바꿨다.

또 그런 야마다 요꼬씨를 가족들이 지지해 줬다. 아이들이 커서 동생을 돌봐 주기도 하고 집안일도 척척 도와주기 때문에 야마다 요꼬씨가 바깥(?)일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야마다 요꼬씨는 “내가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모두 한국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처음에는 일본인이라 당당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한국에서 보여준 많은 관심과 배려 만큼 나도 뭔가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야마다 요꼬씨는 주변에 다른 나라 사람도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 그는 “나와 같은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람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지원만 받을 것이 아니라 뭔가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한다”며 “그 일은 자원봉사활동이 될 수도 있고 찾아보면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마다 요꼬씨는 이번 방학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가능하면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알리는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그는 “학교도 그렇고 유치원에서도 일본어와 일본 문화 교육을 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온다”며 “가정 주부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다문화를 알리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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