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간 속살 수줍게 드러낸 순천

순천은 겨울여행지로 제격이다.

순천의 대표 여행지인 순천만은 지금 갈대가 한창이다. 동그란 갈대군락과 광활한 갯벌, 그 위를 휘감아도는 물길과 너울너울 파도를 만드는 탐조선까지, 요즘 그 곳은 누구라도 “아! 순천만”을 외치기에 제격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이른 저녁놀이 내려앉는 순천만의 전경 또한 겨울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노라면 가슴에 맺힌 이런저런 생채기가 치유되는 느낌이다.

순천 낙안읍성에서는 옛 풍경을 만날 수도 있다.

정신없이 달려 온 도심생활을 벗어나고 싶다면 시간을 잃어버린 이 곳 읍성에서 큰 숨을 내쉬어 볼 일이다.

웅장한 성문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 마치 조선시대로 거슬러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흙벽에 잿빛 초가지붕을 인 초가들. 돌담 사이로 작고 예쁜 고샅길이 나 있고 고샅길마다 몇 백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서 있다.

이밖에도 순천 곳곳에는 다양한 표정들이 숨어있다.

주암호 속으로 사라질 뻔한 고인돌 군락을 산위로 끌어올려 조성한 고인돌 공원, 60~70년대 달동네의 애환을 재현한 드라마 촬영지, 조계산을 가운데 두고 마주한 천년고찰 송광사와 선암사 등 각양각색의 볼거리들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은다.

맨얼굴 그대로를 간직한, 특별한 치장없이도 아름다운 순천의 속살이 이 겨울 더욱 말갛게 드러나 있다. 글·사진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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